교과서 가격을 낮추라는 교육부의 가격조정명령을 둘러싸고 벌어진 교육부와 출판사들간 분쟁에서 법원이 출판사의 손을 들어줬다. 교육부의 명령이 절차적으로 위법할 뿐 아니라 조정된 가격을 결정하는 근거가 된 교육부 고시도 구체적 산정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이승한 부장판사)는 4일 도서출판 길벗 등 출판사 8곳이 교육부를 상대로 낸 가격조정명령처분 취소소송(2014구합58525)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육부는 교과서 가격의 산정 방법이나 구체적인 산출 내역을 밝히지 않은 채 교과용 도서 규정만 처분 근거규정으로 제시했다"며 "처분 이유 제시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교육부가 처분 근거로 삼은 '검·인정도서 가격조정 명령을 위한 항목별 세부사항 고시'에는 가격 결정의 주요 요소인 기준부수 산정방식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기준부수와 가격을 자의적으로 산정할 수 있게 해 원고들의 예측가능성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교육부는 1,2차 가격조정 권고시부터 가격조정명령 처분시까지 계속해서 기준부수 산정방식을 달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은 '검정도서와 인정도서의 가격은 저작자와 약정한 출판사가 정한다'고 돼 있다. 교육부는 지난 2월 교과서 값이 부당하게 결정될 우려가 있는 경우 교육부 장관이 가격조정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한 단서규정을 신설한 뒤 출판사에 가격 조정을 권고했지만 따르지 않자 가격 조정을 명령했다. 검정교과서 175개 중 171개에 대해 초등학교 교과서는 34.8%, 고등학교 교과서는 44.4%를 인하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따르면 초등 3∼4학년 교과서의 경우 출판사들의 평균 희망가 6,891원에서 4,493원으로, 고교 교과서 99개는 평균 희망가 9,991원에서 5,560원으로 하향조정된다.
이번 판결은 출판사 27곳이 교육 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가격조정명령 취소소송 5건 가운데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다른 출판사 19곳이 낸 소송 4건은 현재 서울행정법원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