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 출신 여성이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국내에서 첫 난민 인정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패소해 강제출국 당할 위기에 놓였다.
A(28)씨는 2011년 2월 한국에 단기 체류자격으로 입국해 그해 4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난민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고국인 우간다에서 마을 주민들이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와 여동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우간다는 동성애자를 법으로 처벌하고 최고 종신형을 선고하고 있다. 상습범으로 형이 가중되면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2010년에는 우간다 언론사가 동성애자 100명의 사진과 이름, 주소를 공개하자 동성애 운동가들이 구타로 살해되고 길거리에서 돌팔매질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1심은 "마을 주민들은 A씨의 어머니에게 동성애자인 A씨를 마을에서 내보낼 것을 경고했고, 두 달 뒤에는 A씨의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와 여동생이 사망했다"며 "A씨가 동성애자를 탄압하고 처벌하는 우간다에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4부(재판장 성기문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A씨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를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처분 취소소송 항소심(2013누14872)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판결 결과가 뒤집힌 것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A씨에게 불리한 증거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A씨가 독신자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남성을 공개 구혼한 것이다. A씨는 여러 남성들과 이메일을 주고 받고 상대방으로부터 구혼을 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가 직업이 없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이성애자 행사를 하며 결혼을 목표로 공개 구혼 사이트에 가입했다고 하지만 쉽게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1심은 A씨가 동성애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는 병원의 심리학적 평가를 받아들였지만, 항소심은 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성 정체성은 한 개인이 내부적으로 자각하는 정체성을 의미하고, 미국 심리학협회 가이드라인에서는 동성애가 정신질환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며 "A씨가 동성애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정신과 기록은 A씨가 동성애자라고 볼 수 있는 객관적 자료로 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