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검열 논란'을 불러일으킨 수사기관의 카카오톡 압수수색 사건에서 법원이 "단톡방(단체대화방) 참가자 모두의 정보를 수집한 것은 과잉 압수수색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경찰이 이 과정에서 카카오에 영장 원본을 제시하지 않고 팩스로 보낸 부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해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6단독 오민석 부장판사는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 등 24명이 국가와 카카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4가단5351343)에서 "국가는 정 전 부대표에게 100만원을 배상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경찰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정 전 부대표를 수사했다. 경찰은 법원에 정씨의 휴대전화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과 대화 상대방의 아이디와 전화번호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고, 경찰은 발부된 영장을 팩스로 카카오에 전송했다.
이에 카카오는 정씨의 대화상대 전화번호 목록과 대화 일시·내용·사진 등을 이메일로 경찰에 제출했고, 검찰은 이를 근거로 정씨를 일반교통방해죄 등으로 기소했다. 정씨는 이 같은 수사과정에서 경찰이 자신과 같은 단톡방에 있었을 뿐 메시지를 주고받지는 않은 이들의 전화번호 등에 대해서까지 압수했다며 지난 2014년 12월 국가 등을 상대로 300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오 부장판사는 "당시 압수수색 영장의 내용과 목적 등에 비춰보면 정씨가 가입한 대화방의 경우 '대화 상대방'에는 정씨와 이야기를 주고받기 위해 가입한 제삼자가 모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며 "그 대화방에서 정씨가 대화를 건넨 적이 있는 상대만으로 그 범위가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제3자들은 모두 정씨와 이야기를 주고받기 위한 상대방으로서 그 대화방에 들어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제3자의 전화번호 등은 영장에 기재된 압수할 물건에 속하기 때문에 허용된 범위를 넘어선 개인정보가 압수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오 부장판사는 다만 경찰이 영장을 집행하면서 영장 원본을 카카오에 제시하지 않고 팩스로 송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영장을 팩스로 전송한 것은 1990년 후반부터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어져온 실무관행에 따른 것인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100만원으로 정했다.
아울러 오 부장판사는 정씨와 함께 소송을 제기한 나머지 23명에 대해서는 "영장의 집행으로 메시지 내용이나 전화번호 등 정보가 압수됐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