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대표의 정치활동과 기자 채용을 비판한 성명을 사내 게시판에 올린 논설위원을 언론사가 해고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2014년부터 A언론사 논설위원으로 일하던 윤모씨는 대표이사 신모씨가 진보적인 종교인과 학자, 언론인 모임인 'K모임'에 참가해 선언문을 발표하자 2015년 1월 "언론사 대표가 공개적인 정치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내용의 비판 성명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윤씨는 또 A사가 옛 통합진보당 의원 비서관을 지내고 통진당에 우호적인 진보매체로 알려진 B언론사 출신 기자를 채용하자 이를 비판하는 성명도 올렸다. 이에 A사는 지난해 6월 "논설위원 신분으로 회사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며 윤씨를 보직해임했다. 이어 임원회의를 열고 윤씨가 대표이사 등을 퇴진시켜려고 회사 내 분파를 만들어 사내질서를 문란케 하고 직원들에게 욕설을 했으며 사설의 오탈자를 늦게 확인해 신문 제작에 차질을 빚도록 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윤씨를 해고했다. 윤씨는 이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3부(재판장 김도현 부장판사)는 윤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및 보직해임 무효소송(2015가합108728)에서 "윤씨에 대한 보직해임과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한다. A사는 윤씨를 해고한 다음날인 2015년 8월 12일부터 복직시킬 때까지 월 46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기자 개인의 사상과 경력에 따라 기사의 집필 방향이나 논조가 달라질 수 있어 정치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자를 채용하면 적어도 외형적으로 언론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며 "논설위원인 윤씨가 언론인으로서 직업관에 기초한 사명의식과 책임감의 발로에서 대표이사를 비판한 성명을 사내 게시판에 게시한 것을 회사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에 반하거나 근무기강을 해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가 해고사유로 들고 있는 행위를 윤씨가 실제로 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