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동료가 자리를 비운 사이 동료의 컴퓨터에서 사내메신저 대화내용을 몰래 복사해 다른 사람에게 전송했다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 혐의로 기소된 조모(28)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유예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17도15226).
재판부는 "정보통신망법이 규정하고 있는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등 부정한 수단 또는 방법'에는 부정하게 취득한 타인의 아이디나 비밀번호를 직접 입력하는 행위에 한정되지 않고, 사용자가 정보통신망에 접속한 상태를 이용해 사용자 몰래 정보통신망의 장치나 기능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타인의 비밀을 취득·누설하는 행위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조씨가 열람·복사한 메신저 대화내용이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에 해당하고, 피해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피해자의 컴퓨터에서 대화내용을 열람·복사한 다음 복사된 전자파일을 타인에게 전송한 행위는 타인의 비밀을 침해·누설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한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조씨는 2015년 회사 선배와 종교 문제로 다툼이 생기자 이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선배의 컴퓨터에 들어가 사내 메신저 대화내용을 복사해 텍스트 파일로 변경한 뒤 이 파일을 팀장에게 전송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는 컴퓨터에 저장된 메신저 대화내용이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타인의 비밀'에 해당하는지, 피해자가 로그인해 둔 상태의 컴퓨터를 사용한 것도 '침해·누설'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앞서 1,2심은 "조씨가 피해자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피해자 컴퓨터에서 대화내용을 열람·복사한 뒤 전자파일을 3자에게 전송한 행위는 '타인의 비밀을 침해·누설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종교포교 행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으로 범행동기와 경위를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벌금 50만원 형을 선고유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