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조합과 계약을 맺고 등산로 정비사업과 산사태 예방사업 등을 수행한 근로자들에게도 일반 건설현장 근로자들과 같이 주휴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들이 수행한 업무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농림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A씨 등 9명이 부산광역시 산림조합을 상대로 낸 임금소송(2018다241083)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 등은 부산시 산림조합과 일용직 근로계약을 맺고 1~8년간 현장에서 등산로 정비 등을 하다 퇴직했다. 이들은 이후 "건설현장에서 근로를 제공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주휴수당과 연장근로수당 등을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산림조합 측은 "조합이 건설현장을 운영하고 있더라도 A씨 등의 주된 업무는 임업이어서 연장·야간근로수당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맞섰다. 근로기준법 제63조는 토지의 경작·개간, 식물의 재식·재배·채취사업, 그 밖의 농림사업 근로자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제63조가 예외 규정을 만든 취지는 사업의 성질 또는 업무의 특수성으로 인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휴게·휴일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불합리한 경우에 대비한 것"이라며 "여기서 말하는 '농림사업'이란 제1차산업인 농업·임업 및 이와 직접 관련된 사업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A씨 등의 업무가 일반 건설근로자와 크게 차이가 없고, 영림사업장과 건설현장이 분리돼 있었던 점, 조합이 건설현장과 영림사업장에 투입된 인력을 별도로 관리한 점 등을 살펴보면 조합이 건설현장에서 영위한 사업은 '농립사업'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앞서 1,2심은 "A씨 등이 한 등산로 정비사업, 산사태 예방사업은 외형적으로 볼 때는 일반 건설현장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실질적인 사업의 성격은 영림업 또는 영림 관련 서비스업으로 봐야 한다"며 "근로형태가 상이한 경우 동일한 근로조건을 무조건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조합이 차별적 처우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원고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