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여성들도 성년이 되면 당연히 종중회원이 된다. 대법원이 종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로만 제한했던 종래 관습법의 법적 효력을 부정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종회구성원의 자격은 과거 일제시대 戶主만 가졌으나 해방직후인 46년 대법원판결에 의해 家長으로, 68년 성인남자로 각각 확대된데 이어 37년만에 여성에게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여성들도 종중운영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종중 재산을 남성들과 똑같은 비율로 분배받을 수 있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용인이씨사맹공파 출가여성 5명과 청송심씨혜령공파 출가여성 3명이 "출가한 여성들도 종중원의 자격을 인정해 달라"며 각각 종중을 상대로 낸 종중회원확인소송 상고심(☞2002다1178, ☞2002다13850)에서 21일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원고패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판결문 전문은 기사아래첨부)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종원의 자격을 성년남자로만 제한하고 여성에게는 종원의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종래 관습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법적확신은 상당부분 흔들리거나 약화돼 있고,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봉제사 등 종중의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출생에서 비롯되는 성별만에 의해 생래적으로 부여하거나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남녀평등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는 우리의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종중구성원의 자격을 성년남자 만으로 제한하는 종래의 관습법은 이제 더 이상 법적효력을 가질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성문법이 아닌 관습법에 의해 규율돼 왔던 종중에 있어서 그 구성원에 관한 종래 관습은 더 이상 법적효력을 가질 수 없게 됐으므로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고 규정한 민법 제1조에 따라 종중 구성원의 자격은 조리에 의해 보충돼야 한다"며 "종중이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종원 상호간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하여 구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집단이므로 이러한 목적과 본질에 비춰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은 성별의 구별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된다고 보는 것이 조리에 합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이번에 변경된 대법원 견해는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에 한하여 소급 적용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 판결 선고 이후의 종중 구성원의 자격과 새로이 성립되는 법률관계에 대하여만 적용된다"며 "이는 소급해 적용한다면 최근에 이르기까지 수십년 동안 유지돼 왔던 종래 대법원판례를 신뢰해 형성된 수많은 법률관계의 효력을 일시에 좌우하게 되고, 이는 법적 안정성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기초한 당사자의 신뢰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법치주의의 원리에도 반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판결선고 전에 성년 남성들만을 종원으로 하여 종중이 한 대표자 선임결의나 재산처분에 관한 결의 등의 법률행위는 효력을 유지하게 됐으나, 앞으로는 남성들에게만 소집통지를 하여 이루어지는 종중총회 결의는 그 효력이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종중에서는 공동선조의 후손인 성년 여성들에게도 반드시 소집통지를 해야 한다.
한편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해 崔鍾泳 대법원장과 柳志潭, 裵淇源, 李揆弘, 朴在允, 金龍潭 대법관 등 6명은 별개의견을 내고 "종중에 관한 종래의 관습법에 일부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견해를 같이 하지만 성년이 되면 당연히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고 보는 것이 조리에 합당하다는 다수견해에는 찬성할 수 없다"며 "성년 여성의 경우에는 종중에 가입하기를 희망하는 경우에 한해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용인이씨사맹공파 출가 여성인 이모씨(57) 등 5명은 지난 99년 종친회가 종중 소유의 경기용인시 수지의 부동산 매각대금 5백70억원을 성인남성 종원에게 각각 1억5천만원씩 배분하면서 출가한 여성들에게는 2천2백만원밖에 주지 않자 "종중규약은 회원의 자격을 성년남자로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자신들도 종중회원 자격을 갖는다"며 종중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냈으며, 청송심씨혜령공파 출가여성 심모씨(68) 등 3명도 비슷한 이유로 소송을 내 이른바 '딸들의 반란'으로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1·2심 법원이 '관습상의 종중은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의 남자를 종원으로 해 구성되는 자연적 집단이므로 여자는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종전 대법원판례에 따라 원고패소판결을 내리자 대법원에 상고했으며, 대법원은 재작년 12월 이 사건에 대해 사법사상 처음으로 공개변론을 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