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서가 '근무상의 형편'을 내세워 집을 팔고 이사한 사람에게 옛집에서도 종전의 직장과 새 직장간의 출퇴근 시간에 차이가 없다며 양도세를 부과한 것은 잘못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소득세법은 1년 이상 거주한 주택을 취학, 근무상의 형편 등의 사유로 양도하는 경우 1세대1주택의 비과세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어느 정도의 거리차를 두고 주거 이전해야 근무상의 형편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기준이 없다.
서울고법 행정1부(재판장 김창석 부장판사)는 최근 A(41)씨가 서울 반포세무서를 상대로 낸 양도소득세부과처분취소소송 항소심(☞2011누20392)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직장의 변경이나 전근 등 근무 형편을 이유로 주택을 양도하고 주거를 이전하는 경우, 주거의 이전이 근무상의 형편에 의한 것이라고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1년 이상 거주한 주택을 양도하고 이전한 경우에도 보유 및 거주기간의 제한을 받지 않고 비과세 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종래의 주거지와 변경된 직장과의 거리가 주거를 이전하지 않으면 출퇴근을 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거나 감내하기 어려운 정도의 상당한 거리여서 새로운 주거지로 이전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만 비과세 대상이 된다고 할 수 없다"며 "종래 거주하던 시·군과 다른 시·군으로 이전하는 경우에는 일응 비과세 규정을 충족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두 거주지가 행정상의 구역에 차이가 있을 뿐 이전거리가 매우 가까워 사회 통념상 근무상 형편으로 인한 것이라고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경우에 비과세혜택을 부여할 수는 없다"며 "이는 직장의 변경이나 전근 등 근무상의 형편으로 인해 주거를 이전하게 됐다는 주거이전 사유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구 소득세법 제154조1항은 1세대1주택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으로 해당 주택을 3년 이상 보유하고 그 보유 기간 중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같은 항 제3호에서는 근무상의 형편으로 양도하는 경우에는 1년 이상 거주했다면 양도소득세를 비과세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천지검 검사로 근무하던 A씨는 2008년 서울 강남구의 법무법인에 근무하게 되자 거주하던 고양시 아파트를 팔고 서초구로 이사했지만, 양도소득세 신고는 하지 않았다. 반포세무서는 A씨가 원 주거지에서 종전 직장과 새 직장까지의 거리 및 소요시간이 차이가 없어 근무상의 형편으로 부득이하게 주거를 이전한 경우가 아니라고 판단해 2010년 6월 A씨에게 양도소득세 8700여만원을 부과했다. A씨는 2010년 12월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