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가 채무자의 유일한 토지를 매수한 수익자를 상대로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내 가액배상을 받고도 토지 가압류에 의해 보전되는 채권액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다시 토지 전체를 강제집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4부(재판장 김상준 부장판사)는 최근 토지 매수인 김모씨가 "사해행위 취소소송 판결에 따라 가액반환을 했는데도 가압류를 근거로 토지에 강제집행을 신청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매도인의 채권자이자 가압류권자인 전모씨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 항소심(2011나38259)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채권자인 전씨가 가액배상으로 채권의 만족에 이르렀는데도 잔존하는 가압류에 기초해 대여금 확정판결을 집행권원으로 재차 김씨의 토지에 관해 본집행을 허용하는 것은, 수익자인 김씨로 하여금 동일한 부동산을 놓고 사실상 이중변제의 위험을 부담하도록 하는 결과에 이르러 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수익자로부터 가액배상 상당액을 지급받은 채권자의 경우 원래 사해행위 취소로써 당초 책임재산으로 파악한 범위 내의 재산만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 공평의 원칙에 부합한다"며 "김씨는 부동산 소유자로서 채권자인 전씨를 상대로 채무자에 대한 가압류의 보전의 필요성이 소멸했음을 이유로 강제집행의 배제를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대여금 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채무자 소유의 토지에 대해 2003년 1월 가압류를 한 다음 대여금 청구소송을 내 2008년 1월 4억 4200여만원 승소판결을 받았다. 한편 김씨는 2005년 3월 채무자 소유의 유일한 재산인 이 토지를 가압류가 걸린 상태에서 매수했다. 그러자 전씨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내 승소했고, 김씨는 판결에 따라 가액배상금 4억원을 변제공탁했다.
그런데 전씨는 가압류에 의해 보전되는 채권액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대여금 확정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해 김씨 소유의 토지에 대해 강제집행을 신청했고, 2010년 7월 법원에서 강제경매개시결정이 나왔다. 김씨는 같은해 11월 청구이의의 소를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사해행위 취소소송이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한 때에 채권자가 법원에 법률행위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사해행위 취소는 원물반환이 원칙이나 거래관념상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가액반환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