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북한산에서 벌어진 일명 '박근혜 5촌 살인사건'의 검찰 수사기록을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2011년 9월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5촌 조카인 박용철씨가 칼에 찔려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박씨의 사촌형인 박용수씨도 같은날 박씨 사망 장소에서 3㎞ 떨어진 북한산 용암문 인근에서 목을 매 숨져있었다. 경찰은 박용수씨의 옷과 살해 현장에서 수거된 흉기에서 나온 피가 피살된 박씨의 DNA와 일치하는 점 등을 근거로 박용수씨를 범인으로 판단했다. 박용수씨가 사촌동생인 박씨를 살해하고 자살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서울북부지검도 경찰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2011년 9월 피의자 사망을 이유로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처분을 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 의문을 품고 있던 박용철씨의 아들 박모씨는 불기소처분이 내려질 무렵 서울북부지검에 박용철씨와 박용수씨의 사망 전 1개월간 통화내역과 발신기지국 주소 등 아버지의 사건 기록 일부에 대해 등사를 청구했다. 검찰은 "수사방법상 기밀이 누설되거나 불필요한 새로운 분쟁이 야기될 우려가 있다"며 검찰보존사무규칙을 근거로 2016년 12월 등사 불허가 처분을 내렸다.
검찰보존사무규칙 제22조 1항 4호는 '기록 공개로 인해 비밀로 보존해야 할 수사방법상의 기밀이 누설되거나 불필요한 새로운 분쟁이 야기될 우려가 있는 경우 불기소사건기록 등의 열람·등사 신청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씨는 "행정규칙에 불과한 검찰보존사무규칙 규정을 근거로 등사 불허가 처분을 할 수는 없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박성규 부장판사)는 박씨가 서울북부지검장을 상대로 낸 불기소사건 기록 등사 불허가처분 취소소송(2017구합50195)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검찰보존사무규칙이 검찰청법에 근거해 제정된 법무부령이긴 하지만,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으로서 행정규칙에 불과하다"며 "검찰보존사무규칙 제22조에 의한 열람·등사 제한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정보의 공개에 관해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나 '다른 법률 또는 법률이 위임한 명령에 의해 비밀 또는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박씨가 공개를 청구한 정보가 '정보공개법 제9조 4호에서 정한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와 범죄의 예방,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형의 집행, 교정 보안처분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직무수행에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정보이기 때문에 비공개 대상 정보'라고 주장하지만, 박씨가 청구한 정보는 박용철씨와 박용수씨의 사망 전 1개월 간 통화내역과 발신기지국 주소,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요청허가서 등에 불과하다"며 "여기에는 수사방법이나 절차상 기밀이 포함돼 있지 않을뿐만 아니라, 이미 사건 자체가 공소권 없음의 불기소 결정으로 종결됐으므로 정보가 공개되더라도 진행 중인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