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팅' 게임에서 서로 짜고 분위기를 띄워 높은 금액에 입찰하도록 유도하고, 낙찰금을 서로 나눠 가졌다면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법원은 이들의 행위가 상대방을 기망해 돈을 편취한 사기 행위에 해당한다며 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4월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가입한 오모씨는 채팅에 참여한 사람들을 오프라인 상에서 만나 술을 마셨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A(35)씨가 경매팅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경매팅'은 남성 또는 여성을 대상으로 경매를 진행해 가장 높은 값을 제시한 사람이 경매 대상인 이성과 단둘이 데이트 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 게임이다. 경매 대상은 그 자리에 유일한 여성 참가자였던 B(26)씨. C(29)씨와 D(29)씨가 경매에 적극 참여해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B씨는 오씨에게 "날 낙찰하라"며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했다. 분위기에 휩쓸린 오씨는 결국 40만원에 B씨를 낙찰했다. 경매팅이 끝나고 시작한 게임에서 오씨는 연달아 져 벌칙금으로 70여만원을 냈다.
그러나 오씨를 뺀 나머지는 모두 '한통속'이었다. A씨 등은 예전부터 알던 사이로 서로 짜고 오씨가 낙찰받게 유도한 것이었다. 또 게임을 하면서 오씨가 계속 걸려 벌칙금이 쌓이게 했다. 이들은 오씨에게서 받은 경매낙찰금과 게임벌칙금을 나눠 가졌다. A씨는 이후에도 세 차례 한모(33)씨와 윤모(29·여)씨 등과 함께 같은 수법으로 13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들의 범행은 경매 과정을 수상하게 여긴 오씨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먼저 기소된 B씨에게 사기죄를 인정해 징역 8월을, C씨와 D씨에게는 징역 4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 이광우 판사는 지난 14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경매팅 주도자 A씨와 또 다른 모임에서 '바람잡이' 역할을 한 한모씨, '경매품' 윤모씨에 대한 재판에서 김씨에게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한씨와 윤씨에게는 징역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2014고단3042).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들은 공모해 경매나 게임을 공정하게 진행할 의사 없이 피해자를 기망했다"며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경매낙찰금과 게임 벌칙금 등으로 25~113만원을 받아 편취했다"며 사기죄를 인정했다.
이 판사는 "압수한 휴대전화 전화번호를 보면 경매팅 피해자가 최소 324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김씨 등이 피해자들과 원만히 합의했고,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아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