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토지소유자에게 사용승낙을 받지 않은 1백54킬로볼트 고압송전탑과 전신주, 송전선을 철거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한전이 토지수용절차 등 사업진행이 어려워지면 송전탑과 전신주를 가설한 후에 보상을 해오던 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로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고법 민사18부(재판장 金能煥 부장판사)는 20일 이모씨가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건물등철거청구소송(2000나26663)에서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전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거나 지상권 또는 전세권등의 제한물권을 취득하지 않은 이상 단순히 종전 토지소유자 등으로부터 사용승낙을 받았다거나 그 사용의 대가를 지급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원고에게 사용승낙의 효과를 주장할 수 없다"며 "원고가 토지의 소유권을 행사, 그 방해배제로서 고압송전선의 철거를 구하는 것을 권리남용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한전이 고압송전탑등을 이설하거나 적법한 절차에 의해 토지의 소유권 내지 사용권을 취득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 1심을 맡았던 서울지법 민사23부는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경락받을 때 송전탑 등이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 △송전탑 이설비용이 10억원이 넘는 점, △철거시 10만 가구가 1년여동안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는 점, △송전탑, 송전선의 위치가 원고의 목장 외곽에 있어 토지이용에 그다지 방해가 없는 점을 들어 원고의 철거요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결(99가합17659)했었다.
이씨는 98년 경매를 통해 사들인 제주 북제주군 한림읍 금악리 임야 및 목장용지상의 고압송전탑, 송전선 등으로 해당 토지와 상공부분을 사용·수익할 수 없다며 이 사건 소송을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