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중기 대여업자가 기중기와 운전기사를 함께 빌려줬다면 임차인이 작업장을 관리·감독하던 중 운전기사가 기중기를 망가뜨리는 사고를 냈더라도 임차인은 기중기 수리비를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기중기 대여업을 하는 전모(48)씨는 2011년 고령개발사와 기중기와 기중기 운전기사인 서모씨를 함께 빌려주는 계약을 맺었다. 서씨는 공사 현장에서 기중기로 골재채취 분쇄기를 옮기다가 기중기가 뒤집히는 사고를 냈다. 전씨는 "고령개발이 계약 내용 외의 무리한 작업을 요구해 사고가 일어났다"며 "고령개발과 동업계약을 체결한 청원개발도 사용자로서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청원개발의 책임을 인정해 "1억2000여만원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대구고법 민사3부(재판장 강승준 부장판사)는 최근 전씨가 원석과 골재를 생산하는 청원개발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항소심(2013나332)에서 원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청원개발은 작업목적을 서씨에게 정확하게 알리고 전반적으로 현장을 관리하는 책임은 있으나, 기중기 같은 건설기계에는 문외한이라 청원개발사에 기중기의 운전과 관련한 구체적 작업방법에 관해 운전기사를 지휘·감독할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전씨의 지휘·감독을 받는 서씨가 인양무게 선택과 적정 지점 거리 등에 관한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은 과실로 사고가 일어난 것이므로 청원개발사가 사고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필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임대인인 전씨가 운전기사인 서씨를 1차적·직접적으로 지휘·감독할 책임이 있고 서씨가 청원개발사의 구체적인 작업지시로 주의의무를 하지 않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청원개발사에 서씨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