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과잉처방으로 인한 약제비 환수가 부당하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대병원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수처분은 무효”라는 판단을 받아냈지만, 2심은 “요양급여기준에 어긋나는 원외처방은 불법행위”라는 이유로 약제비에 상당하는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해 사실상 패소판결을 받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22부(재판장 조인호 부장판사)는 지난 27일 서울대병원이 “차감한 약제비 41억여원을 지급하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진료비지급 청구소송(2008나89189)에서 1심의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취소하고 “공단은 18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단이 요양급여기준에 위반돼 발급된 처방전에 의해 약국이 지급받은 약제비용을 서울대병원으로부터 징수한 처분은 무효”라며 “공단이 서울대병원에 지급할 요양급여비용에서 약제비용을 징수·차감한 나머지를 지급한 행위 역시 효력을 잃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요양기관이 요양급여기준에 정한 바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이에 어긋나는 원외처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위해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응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서울대병원은 2001년6월부터 2007년5월까지 내원한 환자들에 대해 요양급여기준에 어긋나는 원외처방전을 발행해 공단으로 하여금 약제비 명목으로 40억여원을 지급하게 했다”며 “병원은 공단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40억여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공단의 상계항변은 일응 이유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