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또는 건설기계 매수인은 등록변경을 하지 않으면 대·내외적으로 자동차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지만, 매매 또는 교환계약 때 매수인이 차를 보유하기로 약정했다면 대내적으로는 매수인에게 자동차의 소유권이 있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매도인이 자동차를 되찾아간 경우 매수인이 이를 가지고 오더라도 절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고모(51)씨는 지난 2006년 자신이 운영하던 피자가게를 김모(62)씨에게 대금 5,200만원에 양도하는 대가로 김씨 소유의 개인택시와 개인택시운송사업면허를 받기로 했다. 고씨는 점포를 명도하고 택시와 등록서류를 받아왔지만 김씨가 61세가 되는 2007년1월까지는 명의변경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김씨가 "대리운전을 시켜 월 120만원을 주겠다"고 제의하자 순순히 차를 되돌려줬다. 하지만 피자가게 수입이 예상밖으로 저조하자 김씨는 500만원 지급을 조건으로 교환계약해제를 요구해왔다.
고씨가 거절하자 2개월간 주던 임차료도 더 이상 지급하지 않았다. 고씨는 개인택시인도를 요구했지만 김씨가 완강히 거부하자 2007년1월 김씨 아파트에 주차돼 있던 택시를 김씨 몰래 가져왔다가 절도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고씨가 택시 소유권을 보유하기로 약정했으므로 '타인의 재물'로 볼 수 없고, 또 소유자의 의사로서 차량을 수거한 것이므로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각종 보험료와 세금 등을 김씨가 납부해온 점 등을 종합하면 개인택시는 여전히 김씨의 소유이고, 김씨의 의사에 반해 점유를 배제한 만큼 고씨에게는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며 유죄를 인정하면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이처럼 유무죄를 놓고 1·2심 판결이 엇갈린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심사숙고 끝에 무죄를 선고한 1심을 지지했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최근 고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2007노4778).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동차나 중기의 소유권의 득실변경은 등록을 함으로써 효력이 생기고 등록이 없는 한 대외적 관계에서는 물론 당사자의 대내적 관계에 있어서도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그러나 당사자 사이에 소유권을 등록명의자가 아닌 자가 보유하기로 약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등록명의자가 아닌 자가 소유권을 보유하게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김씨가 고씨에게 택시양도에 필요한 제반서류를 교부하고, 택시를 인도함으로써 택시의 소유권을 등록명의자인 피해자가 아닌 고씨가 보유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김씨가 임차료 지급조건으로 택시를 고씨로부터 인도받았다고 해도 그 소유권이 다시 김씨에게 회복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오히려 피해자가 택시를 가져갈 때 고씨에게 임차료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을 보더라도 택시의 실질적 소유권이 고씨에게 넘어간 상태로 판단된다"며 "따라서 고씨가 택시를 임의로 운전해 갔더라도 이 택시는 '타인의 재물'에 속하지 않으므로 절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