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보험금을 노리고 내연남과 함께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계곡 살인' 사건의 주범 이은해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형이 선고됐다. 이 씨의 내연남인 공범 조현수에게도 징역 30년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이규훈 부장판사)는 27일 살인 및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씨에게 무기징역을, 조 씨에게 징역 30년을 각각 선고했다(2022고합308). 재판부는 이들에게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하며 부착기간 동안 외출 및 주거지 제한 등의 준수 사항도 함께 부과했다. 다만 검찰의 보호관찰명령 청구에 대해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선고하는 이상 별도로 형 집행 종료 후의 보호관찰명령까지 선고할 필요성은 없다"며 기각했다.
이 씨는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군 소재 계곡에서 내연남 조 씨와 함께 생명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 윤모 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이들은 2019년 2월과 5월에도 각각 윤 씨에게 복어 독이 들어간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저수지로 밀어 빠뜨리는 등 살인미수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피고인들의 행위를 가스라이팅(Gas-lighting, 심리적 지배)을 통해 피해자를 물 속으로 뛰어내리게 해 살해한 '작위에 의한 살인'이 아니라, 물에 빠진 피해자를 그대로 두면 사망할 수 있다는 사정을 인식했음에도 구호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 씨가 약 8~9년간 이 씨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대가로 교제와 혼인 관계를 유지하는 비정상적 생활을 지속하며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 매매까지 시도하는 등 통상적 관점에서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상을 보이기는 했다"면서도 "윤 씨가 이 씨 등과 주고받은 메시지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높은 바위 위에서 구명조끼도 없이 다이빙한 행위가 정상적 판단능력이나 자유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 행해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씨가 이 씨 등의 가스라이팅으로 정상적 판단능력이 결여돼 있었거나 심리적으로 완전히 지배당한 상태에서 물 속으로 뛰어내리게 된 것이라 볼 수는 없다"며 "설령 이 씨 등이 윤 씨의 다이빙을 유도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정도만으로 이들의 행위가 윤 씨를 바위 위에서 밀거나 사실상 강제로 물 속으로 떨어뜨리는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만한 적극적 작위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씨 등의 살인 범행은 처음부터 윤 씨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에 대한 목적과 계획적 범행 의도 아래 윤 씨에 대한 구호 의무를 의도적으로 이행하지 않거나 구호 의무를 이행한 것 같은 외관을 만들어 윤 씨의 사망 원인을 사고사로 위장한 것"이라며 "작위 행위에 의해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것과 규범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그 비난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씨는 자신의 범행에 대해 어떠한 죄의식도 없이 일상적 상황에서 윤 씨에 대한 살해 시도를 반복해 인명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고, 윤 씨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멈추지 않았다"며 "이 사건 범행으로 윤 씨가 사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씨는 윤 씨가 사망할 때까지 살해의 시도를 지속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 씨를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함으로써 그 행위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고 자기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하고 속죄하는 시간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씨는 사랑하는 부인과 지인의 탐욕으로 인해 극심한 공포와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며 "이 씨 등은 적극적으로 범행 은폐를 시도했고, 검찰 조사를 앞두고 도주하는 등 진정 어린 반성이나 참회의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씨와 조 씨 모두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