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 의무 실무수습 최종 방안이 국무조정실 조정회의까지 거쳐 마련됐지만 변호사업계와 변리사업계의 갈등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교육 주체와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허청(청장 최동규)은 22일 법무부(장관 김현웅)와 국무조정회의를 거쳐 변리사 실무수습의 구체적 내용을 정하는 변리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 개정안은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심사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다음달 28일부터 시행된다. 개정 변리사법에 따르면 7월 28일부터 변호사도 변리사로 등록해 변리업무를 하려면 의무적으로 변리사 실무수습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특허청이 지난달 입법예고한 실무수습 내용(400시간의 이론 집합교육과 10개월의 현장연수)을 집합교육 250시간, 현장연수 5개월로 단축하되, 변리사시험 합격자와 변호사 자격자가 동일한 내용의 수습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기존 입법예고안에는 변호사에게 실무수습 교육 일부를 면제해주는 조항이 있었는데 국무조정회의 과정에서 삭제돼 변호사도 변리사와 동일한 수준의 실무수습을 해야 한다.
특허청 관계자는 "이번 최종 합의안은 실무수습 기간이 너무 길어 사실상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는 법무부의 의견과 입법예고안에 있는 일부 인정 제도를 없애고 변호사도 변리사시험 출신과 동일한 수습을 받도록 하자는 대한변리사회의 의견을 모두 반영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또 "특허청 또는 특허청이 지정한 곳을 집합교육기관으로 인정할 방침"이라며 "대한변협이나 변리사회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집합교육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호사업계와 변리사업계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는 집합교육을 담당할 기관에 대한변협 등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변협 관계자는 "당초 입법예고안보다 실무수습 기간을 단축한 것은 환영하지만, 집합교육 기관에 대한변협 또는 변협이 지정하는 기관이 포함되지 않은 점은 유감"이라며 "변호사단체가 변호사에 대한 교육을 담당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변리사회(회장 오규환)는 현장연수기관에 '산업재산권 업무를 수행하는 법률사무소'가 포함된 것을 문제삼으며 사실상 변호사업계가 변리사를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게 된 것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변리사회 관계자는 "특허청이 만약 변협을 집합교육기관으로 인정하게 되면 변리사로 등록하려는 변호사는 산업재산권 업무를 이미 수행하고 있는 로펌 등에서 현장연수까지 마칠 수 있게 돼 변리사단체나 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변리사로 등록할 수 있는 요건을 모두 갖추게 된다"며 "이 같은 방안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허청은 또 이론 집합교육과 현장수습 기간도 반토막으로 줄여 변리업무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제도 도입 취지와 전면 배치되는 조치를 취했다"고 강력 비판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나서서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