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방지및국민권익위원회의설치와운영에관한법률(국민권익위원회법)이 신고자의 신분을 밝히거나 암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더라도 진정서를 제출한 신고자의 신상이 이미 공개됐다면 진정서를 작성한 날짜는 더 이상 비공개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이인형 부장판사)는 지난 25일 A씨가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소송(2010구합39595)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민권익위원회법 제64조1항이 신고자의 동의없이 신고자의 신분을 밝히거나 암시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은 행정청이 신고자의 인적사항이나 이를 추정하게 하는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신고자가 신고를 이유로 피해를 입거나 신변상의 위해가 초래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라며 "원고인 A씨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사람이 B씨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개를 요구하는 정보도 B씨가 진정서를 발송한 방법 및 발송일자에 국한돼 있어 이 사건 정보의 공개로 B씨의 신변상 위험이 가중된다거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지방 모 중학교 행정실장인 A씨는 2007년4월9일 같은 학교 영양사 B씨의 부정행위와 관련된 내용을 학교 관계자들에게 이메일로 전송했다. B씨도 같은 달 13일 국민권익위원회(당시 국가청렴위원회)에 A씨가 급식실 운영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접수시키는 한편 A씨의 이메일 전송을 문제삼아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법원은 '4월7일 A씨의 금품수수사실 등에 대한 진정서를 국민권익위에 제출했다'는 B씨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B씨가 A씨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자 A씨가 B씨를 비방할 목적으로 이메일을 전송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유죄를 인정, 2009년8월 벌금 300만원을 확정했다. 이에 A씨는 B씨의 진정이 자신의 이메일 전송보다 나중에 이뤄졌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2009년11월 국민권익위원회에 B씨가 진정서를 작성한 날짜 등을 공개할 것을 청구했지만 거부당하자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이마저도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