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판정 과정에서 조사위원이 누군지 알 수 없도록 해 피조사자가 '이해관계 있는 조사위원 기피신청권'을 박탈당했다면 그 조사결과를 근거로 재임용 탈락 처분을 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김용철 부장판사)는 모 대학교를 운영하는 A학원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재임용 탈락 처분 취소결정 취소소송(2018구합63969)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A학원이 설립·운영하는 대학교에 근무하던 B교수는 2004년 논문을 제출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2015년 교육부와 소속 대학에 B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에 대한 표절 조사를 요청하는 민원이 들어왔다. A학원은 그해 10월 '연구윤리진실성 위원회 운영규정'에 따라 예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표절 여부를 조사했고, 'B교수의 논문은 표절 부정행위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는 1차 판정을 내렸다.
이후 2016년 B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조사 민원이 또 다시 제기되자 A학원은 재차 조사에 나섰는데, 이때는 '논문 중 10쪽 이상을 그대로 옮겨 써 표절에 해당된다'고 판정했다. 이에 따라 대학 측은 B교수의 박사학위 취소 의결과 함께 재임용 거부 처분을 내렸다.
이에 B교수는 '박사학위수여 취소 무효확인소송'을 냈고 법원은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승소판결을 내렸는데,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교원소청심사위는 판결에 따라 A학원에 B교수 재임용 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A학원은 "절차상 하자는 없다"며 "설령 하자가 있다하더라도 논문은 표절이 명백하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대학 패소 판결
재판부는 "A학원이 설립한 대학의 운영규정에 따르면 '연구부정행위 조사위원회는 조사 사안과 이해갈등 관계가 있는 자를 위원회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본조사 착수 이전에 제보자에 조사위원 명단을 알려야 하며 피조사자가 기피에 관한 정당한 이유를 제시할 경우 수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A학원은 B교수의 요구에도 (조사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고, 본조사위원회에 출석해 진술할 기회마저 제공하지 않아 조사위원이 누군지 알 수 없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A학원은 논문 표절 판정을 하면서 B교수의 기피신청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했고, 이는 중대한 절차상 하자에 해당돼 치유할 수 없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운영규정은 논문 표절에 관한 시효기간을 5년으로 두고 있었기 때문에 대학의 조사권은 2009년 이미 소멸했다"며 "실제 A학원은 B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 1차 조사에서 시효기간 도과를 이유로 처벌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발표했음에도, 이후 운영규정을 개정해 검증시효기간을 삭제하고, 논문 표절 여부를 재조사한 후 B교수의 박사학위 수여를 취소하는 등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처분을 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