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관리사무소가 부모와 같이 난민신청을 한 미성년 자녀에 대해서는 면접심사를 하지도 않은 채 난민 불인정 결정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이동원 부장판사)는 아프리카에서 온 A씨 부부와 자녀들이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결정 취소소송(2017누55598)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A씨 부부 미성년 자녀 2명에게 한 난민 불인정 처분을 취소한다"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다만 A씨 부부에 대해서는 난민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난민법은 난민심사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면접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면서, 다만 신속한 절차 진행과 난민 제도 남용을 막기 위해 △거짓서류 등을 제출해 사실을 은폐하고 난민 신청을 한 경우와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 등이 중대 사정 변경 없이 다시 신청한 경우 △1년 이상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체류기간 만료일에 임박해 난민 신청하는 경우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면접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미성년자가 난민 신청을 한 경우는 면접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예외적인 사유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가 1991년 비준한 UN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는 '아동에게는 특히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어떤 사법적·행정적 절차에 있어서도 직접 또는 대표자나 적절한 기관을 통해 진술할 기회가 국내법적 절차에 따라 주어져야 한다', '부모나 다른 사람과의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난민 지위를 구하는 아동은 당해 국가가 당사국인 국제인권·인도주의 관련 문서에 규정된 권리를 향유함에 있어 적절한 보호와 인도적 지원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A씨 부부를 면접하면서 자녀들의 난민신청사유 등에 관해 전혀 묻지 않았고, 자녀들의 난민인정신청 서류에도 신청사유란에 아무것도 기재돼 있지 않다"면서 "자녀들이 직접 또는 대표자를 통해 진술할 기회도 갖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난민 협약과 난민 의정서에서는 동반자가 있는 미성년자의 경우 난민면접에 관한 별도 규정 없이 단지 가족결합원칙에 의한다고만 규정돼 있지만, 이 규정은 동반자가 있는 미성년자에게 독자적인 면접절차가 불필요하다는 취지가 아니라 부모가 난민으로 인정될 경우 미성년 자녀에게 독자적인 난민인정 사유가 없거나 별도의 난민면접 절차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가족결합원칙에 따라 난민지위를 부여하라는 의미"라며 "따라서 A씨 부부의 자녀에 대한 면접을 하지 않은 것은 난민법과 우리나라가 비준한 UN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등을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2015년 2월 입국한 A씨 가족은 "개종을 권유하는 테러단체를 피해 도망왔다"며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난민인정신청을 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A씨 부부만 면접한 뒤 "박해 받을 충분히 근거있는 공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난민 불인정 결정을 내렸다. 이에 A씨 부부는 소송을 냈다.
1심은 "2015년 두 아이가 만 3세와 1세의 유아로 면접절차를 진행하기 곤란했다"며 "아이들에 대해 면접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것에 처분을 취소할 정도의 절차상 위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A씨 가족에게 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