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동의 없이 전신 마취 상태인 환자의 폐를 절제한 흉부외과 교수와 병원에 거액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변호사인 A씨가 대학병원인 B병원과 이 병원 흉부외과 교수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0다213401)에서 "11억여원을 공동 배상하라"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6년 2월 A씨는 B병원에서 흉부CT 검사를 받았다. 호흡기내과 전문의 D씨는 폐렴 진단을 내리고 항생제를 처방했다. 이전에 결핵을 앓았던 적이 있는 A씨는 이후에도 수차례 이 병원을 찾아 흉부방사선검사, 기관지 내시경검사 등을 받았지만 원인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그런데 항생제와 항결핵제 등을 처방 받았지만 낫지 않았다.
그러다 같은 해 6월 D씨는 "2개월간 항결핵제를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병변이 확장되는 양상을 보인다"며 투약을 중단하고 원인균을 확인하자며 폐 조직검사를 권유했다. A씨가 이에 동의하자 D씨는 흉부외과 전문의 C씨에게 협진의뢰를 했다.
A씨는 C씨에게 폐 조직검사(쐐기절제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동의해 입원했고, 조직 검사 결과 '악성 종양 세포가 없는 염증 소견'이 나왔다. 결과를 확인한 C씨는 최종 병리 판독을 하더라도 원인균을 확인하지 못할 수 있고, 쐐기절제술로 절제한 폐 부위에 염증이 있어 절제 부위가 잘 봉합되지 않을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판단해 A씨의 우상엽(폐의 우측 상부) 전체를 잘랐다. 그런데 며칠 뒤 최종 병리판독 결과가 '결핵'으로 나왔고, A씨는 소송을 냈다.
1심은 "C씨는 선량한 주의의무와 설명의무를 위반해 A씨의 동의 없이 오른쪽 폐를 절제했다"며 "B병원은 C씨의 사용자로서 C씨가 A씨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사용자책임)을 지며, 양 책임은 A씨에 대한 관계에서 부진정연대관계에 있다"고 밝혔다. 다만 책임범위를 70%로 제한해 "14억여원을 공동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항소심도 1심 판단이 옳다고 판단했지만 손해배상액 산정에 잘못이 있다며 배상액을 3억여원 낮춰 "1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A씨와 B병원, C씨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