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장면이 담긴 CCTV영상이 존재하는 등 범행증거가 명확한데도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며 거짓진술을 했다면 이를 가중적 양형요소로 참작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단순히 범죄사실을 부인하는 것을 가중적 양형의 조건으로 보는 것은 피고인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것이 돼 허용될 수 없지만, 범행사실이 증거들에 의해 명백한 상황에서 범행을 부인하거나 거짓진술을 하는 것은 죄를 반성하거나 후회하고 있지 않다는 비난요소로 볼 수 있다는 기존 판례를 따른 것이다(2001도192).
대법원 형사3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최근 같은 회사 동료 임모(29)씨의 목 부위를 때려 상해를 입힌 혐의로 벌금 30만원에 약식기소된 S사 노조지회장 최모(35)씨에 대한 상고심(2011도14803)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진술을 거부하거나 거짓 진술을 하는 행위가) 피고인에게 보장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진실의 발견을 적극적으로 숨기거나 법원을 오도하려는 시도에 기인한 경우에는 가중적 양형의 조건으로 참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심은 최씨의 범행 부인으로 인해 재판이 장기화됐고, 적지 않은 소송비용이 소요되는 등 사정을 참작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며 "항소심은 최씨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는 점을 비롯해 피고인의 연령, 환경, 범행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 조건을 종합해 1심 형량이 적당하다고 판단했고, 이것이 헌법에서 보장된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침해한 위법이 있다거나, 양형사유로 참작해서는 안되는 사유을 참작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2009년 11월 천안시 소재 S사 공장 앞길에서 노조 조합원들과 출근길 선전전을 벌이던 중 회사 관리부에서 근무하는 임씨가 사진기로 촬영하자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임씨의 가슴과 목 부위를 2~3회 때려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1,2심 재판부는 의사의 진단서나 당시 상황이 녹화된 CCTV 녹화영상 등으로 범행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최씨가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해 증인신문과 CCTV 영상화질개선 등을 위해 1년 넘게 재판이 진행됐고, 많은 비용이 들어간 점을 고려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최씨 측은 "범행을 부인하거나 거짓 진술을 한 것을 양형요소로 삼은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침해"라며 대법원에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