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학교법인 설립에 기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이사선임처분 취소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은 지난 23일 학교법인 이화학원과 전 이사 6명이 "서울예술학원의 이사선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시 교육감을 상대로 낸 임시이사 해임처분 취소소송 상고심(2012두6629)에서 각하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화학원이 서울예술학원의 설립자로서 사립학교법에 따라 임시이사 선임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그러한 사유만으로는 이화학원이 임시이사 해임과 이사선임에 관해 사립학교법에 의해 보호받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사립학교법 시행령은 안건의 심의에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이해관계인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반드시 이해관계인의 의견청취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서울시 교육감이 임시이사를 해임하고 정식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이화학원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고 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화여고, 서울예고, 예원학교, 이화외고 등을 운영하는 이화학원은 1998년 예술학교를 별도로 운영하기 위해 일부 재산을 출연해 학교법인 서울예술학원을 설립했다. 서울시 교육감은 학내 분파 싸움과 자금 문제가 생기자 서울예술학원 정상화를 위해 학교법인 경영 의향자를 모집하고 2010년 새로운 경영자와 정이사 11명을 선임했다. 이화학원과 전 이사 6명은 2010년 9월 소송을 냈다.
한편 대법원 특별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지난해 10월 세종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대양학원 설립자가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낸 이사선임 취소소송 상고심(2011두33044)에서는 각하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설립자가 재산의 3분의 1 이상 재산을 출연하거나 기부했다면 관할청이 정식이사를 선입하는 처분에 대해 다툴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립학교법은 임시이사를 해임하고 정식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재산을 출연한 자와 학교발전에 기여한 자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했으므로 상당한 재산 출연자는 관할청이 정식 이사를 선임하는 처분에 관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가진다며 "상당한 재산을 출연했다는 것은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액의 3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재산을 출연하거나 기부한 자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윤성식 대법원 공보관은 "학교 설립자라 하더라도 재산 출연 정도 등을 감안해 학교법인과 밀접한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법률상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여서 두 판결이 엇갈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