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가 처방전을 변경·대체 조제할 때에는 반드시 의사로부터 일일이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약사 박모(44)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국민건강보험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 등 취소소송 상고심(2005두13940)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약분업의 도입 목적이 의사와 약사가 환자치료를 위한 역할을 분담해 처방 및 조제 내용을 서로 점검·협력하게 함으로써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투약을 방지하고, 의사의 처방전을 공개함으로써 환자에게 처방된 약의 정보를 알 수 있게 하려는데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약사법 조문에 규정된 ‘동의’는 변경·대체조제 이전에 처방전별로 이뤄지는 개별적·구체적인 동의만을 의미하고, 의약품별로 이뤄지는 포괄적인 동의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심은 원고와 (바로 옆 건물에서 내과를 경영하고 있는 친형인) 의사와의 관계에 비춰볼 때 의사가 변경·대체조제에 대해 의약품별로 포괄적으로 사전에 동의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가 동의를 받은 의약품으로 변경·대체조제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으나, 이와 같이 포괄적인 사전 동의를 받은 것만으로는 약사법 제23조1항 및 제23조의2 1항에 규정된 적법한 동의를 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의사의 동의 없이 변경·대체조제한 약제를 지급하는 것은 현행 의학분업 제도의 본지에 반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약사가 처방전별로 이뤄진 개별적·구체적인 사전 동의 없이 의품별로 이뤄진 포괄적인 사전 동의 만에 근거해 약제를 지급하고 건강보험 가입자 등에게 요양급여비용 등을 부담하게 한 때에는 업무정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2000년 10월 자신의 친형이 내과를 경영하는 바로 옆건물에 약국을 열고 10개월 동안 처방전을 가져온 환자들에게 가격이 비싼 오리지널 약품(약품을 개발한 제약회사가 직접 제조한 약품) 대신 동일한 성분과 함량의 제너릭 약품(일명 복제약품)으로 변경 또는 대체조제 한 사실이 적발돼 2004년 5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요양기관업무정지 162일과 의료급여기관업무정지 130일의 처분을 받자 소송을 내 1,2심에서는 모두 승소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