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정한 토지경계를 신뢰해 자신의 땅인줄 알고 시유지를 점유해왔다면 서울시의 변상금부과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5부(재판장 조용구 부장판사)는 지난 2일 정씨 등 6명이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낸 공공용지무단점용변상금부과처분취소 소송(2008누24073)에서 1심을 취소하고 "서울시가 정한 경계를 신뢰했으므로 무단점유로 볼 수 없다"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구 도로법 제80조의 2에 의한 도로의 무단점유자에 대한 변상금부과는 점용료 외에 무단점유에 대한 징벌적 의미에서 도로의 관리청이 일방적으로 2할 상당액을 추가해 변상금으로 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도로의 점유자가 과실없이 정당한 권원이 없음을 모르는 상태에서 점유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서울시가 도로공사를 하면서 인도와 정씨 등 소유 토지와의 현황상의 경계를 정할 때 시공상의 착오로 지적공부상의 경계와 다르게 정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 때문에 정씨 등은 서울시가 정한 경계를 신뢰하고 도로를 점유할 정당한 권원이 없음을 모르는 상태에서 자신에게 권원이 있다고 오인해 점유해 온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정씨 등은 도로를 무단점유한 것은 아니므로 점용으로 인해 민법상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무단점유를 전제로 한 변상금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1975~1976년께 종로구 충신동 일대에 도로공사를 했고 정씨 등은 인도와 토지의 경계를 지적공부상의 정당한 경계로 믿고 건물을 개축수리해 점유해왔다. 그런데 2007년9월부터 10월에 걸쳐 서울시는 690여만원~1,400여만원에 이르는 변상금을 부과했고 이에 정씨 등은 지난해 1월 소송을 냈다. 정씨 등은 시효취득을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행정재산에 해당해 시효취득 대상이 아니다"라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