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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간 합의' 내용 불공정행위도 그대로 인정<br> "법원 내용심사 형식적… 도장만 찍어주는 公證역할" 비판<br> 재판부, 화해조서 작성前 독소조항 등 걸러 주는 역할해야
법원 제소전화해 운영에 허점
서울 강남에서 상가를 빌려 게임장을 운영하다 경기불황으로 임대료가 석달이나 밀린 J(46)씨는 가게문을 닫으려다 더 큰 곤경에 빠졌다. 상가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했다가 1억원 가량을 떼일 위기에 처한 것이다. 상가임차계약 당시 임대인과 맺었던 제소전화해가 화근이었다. J씨는 보증금 2억원에 월세 2,000만원을 내는 조건으로 가게를 빌렸다. 하지만 주인은 여기에 덧붙여 월세 지연 등으로 인한 법적 분쟁을 미리 막는다며 '60일 이상 부동산의 차임지급을 연체하면 부동산을 즉시 임대인에게 명도하고, 차임지급이 단 하루만 늦어도 월세의 30분의 1 비율로 연체차임을 부담한다'는 내용의 제소전화해에 동의할 것을 요구했다. J씨는 연체차임이 한달 월세에 맞먹는 2,000만원이나 되는 등 화해내용이 마뜩잖았지만 빨리 가게를 빌려야만 해 '별 일이야 있겠나'하는 마음으로 합의했고, 법원에서 화해조서도 작성했다. 그러나 이 화해조서는 얼마 못가 불행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 억울한 심정에 법원을 찾았지만 1, 2심은 "제소전화해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어 당사자 사이에 기판력이 생기는 것이므로 그 내용이 강행법규에 위반된다 해도 준재심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그 화해가 무효라는 취지의 주장은 할 수 없다"는 대법원판결(92다19033 등)을 들어 J씨에게 패소판결을 내렸다. 실의에 빠진 J씨는 마지막 기대를 걸고 최근 대법원에 상고했다. J씨는 상고이유서에서 "과도한 연체차임을 정한 화해내용을 법원이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정의관념에 반한다"며 "패소판결을 내린 하급심이 참조한 대법원판례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당사자 합의를 통해 민사분쟁이 소송으로 이어지는 것을 미연에 막고 신속한 분쟁해결을 도모하는 제소전화해제도가 운용상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어 서민들을 울리고 있다.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임대인 등이 분쟁에 대비해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내용의 제소전화해를 임대차계약 당시 임차인에게 강요하는 등 악용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만, 법원이 심리과정에서 이같은 독소조항들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불공정한 법률행위 등 강행법규에 반하는 화해조항까지 법원에서 그대로 인정해줘 판사가 화해조서에 '도장만 찍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제소전화해제도가 판결을 면탈하고 집행권원을 확보하려는 임대업자 등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법률가들은 "판사들이 화해내용에 불공정한 내용이 있는지, 당사자들이 그러한 내용을 모두 숙지하고 있는지 등을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당사자 합의 통한 예방적 분쟁해결 수단 '제소전화해'= 제소전화해제도(민사소송법 제385조 등)는 민사분쟁이 소송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당사자들이 미연에 법원에서 '화해'하는 절차를 말한다. 제소전화해를 원하는 당사자들이 관할법원에 신청하면 법원이 당사자를 불러 심리절차를 거친 후 화해 성립여부를 결정한다. 당사자가 1회 불출석하면 심리기일을 연기하고 2회 불출석했을 때는 화해불성립으로 종결된다. 만약 화해가 성립되면 법원이 화해조서를 작성하는데 이 화해조서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집행권원이 되기 때문에 분쟁시 소송을 거치지 않고도 이를 근거로 곧바로 집행할 수 있다. 또 당사자가 준재심을 거치지 않고서는 그 효력을 다툴 수 없는 등 종국적인 분쟁해결기능도 갖고 있다. 이처럼 소송을 통하지 않고도 사전에 간편하게 확정판결과 동일한 집행권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임대차계약의 당사자 등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다. ◇ 법원, '당사자 합의' 이유 형식적 심사 그치는 경우 많아= 하지만, 문제는 제소전화해 내용을 심리하는 판사가 당사 자 합의를 이유로 형식적 심사만 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화해내용을 제대로 점검하지 못한 채 무조건적인 '공증'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중견 로펌의 한 변호사는 "제소전화해는 임대차계약 체결시에 많이 활용되는데, 임차인이 월세를 연체하거나 계약기간이 끝나도 건물을 비워주지 않는 등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 건물명도집행을 손쉽게 하려고 임차인에게 미리 이에 동의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임차인의 경우 다소 불리한 내용이 있어도 이에 응할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고 한번 화해조서가 작성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겨 임차인이 차후 다툴 수도 없어 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상대방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거나 연 1,200%의 연체차임부과 등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히 불공정한 내용의 강행법규를 위반한 화해조항도 법원이 당사자 합의라는 이유로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인정해 주는 것은 문제"라며 "제소전화해를 담당하는 민사신청단독 판사들의 경우 대개 경력도 짧고 일부 판사들은 화해조항내용을 제대로 검토해 보지도 않고 당사자들이 써오는 내용 그대로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한번 화해조서가 작성되면 임차인 등이 부당한 화해조항에 대해 다툴 기회마저 봉쇄당해 사회·경제적 약자보호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 법조계, "불공정 등 독소조항 걸러내도록 재판부 노력 필요"= 이에따라 법조계에서는 담당 재판부가 제소전화해에 포함된 불공정조항 등 일방에게 불리한 독소적 내용들을 제대로 걸러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로펌의 한 변호사는 "제도가 소송으로 가기 전 당사자 합의에 따라 분쟁을 해결한다는데 의미가 있으므로 당사자들의 합의사항을 인정해 주되 재판부가 화해조서를 작성하기 전 심리절차에서 강행법규나 사회상규에 반하는 조항은 없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 걸려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간혹 화해조항의 내용을 잘 살펴보지 않고 당사자가 가져온 내용대로 인정해 주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제소전화해가 성립되면 당사자 사이에 집행권원이 생기는 만큼 판사들이 더욱 신경을 써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판사는 "대개의 불공정조항이 심리과정에서 걸러지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발생해 안타깝다"며 "판사들이 심리 전 당사자의 제소전화해 내용을 좀 더 꼼꼼히 살펴 일방에게 현저히 불공정한 조항은 없는지 살피고, 문제가 될 만한 내용에 대해서는 타방 당사자에게 설명하고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또 "이를 통해 해당 내용을 삭제하거나 적절한 범위로 조정해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몰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임차인 등 당사자들도 화해내용을 제대로 숙지하고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중하게 생각한 다음 제소전화해에 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엽 성균관대 법대 교수는 "제소전화해의 부작용은 기본적으로 상당부분이 법규제 등으로 제한받고 있고 법원 운영과정에서도 걸러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작용을 완전히 근절하기 위해서는 판사들이 화해조항 중 우려할만한 내용을 잘 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제소전화해
화해
합의
독소조항
화해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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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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