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허용치를 넘지 않는 미량의 화학물질에 노출된 근로자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경우에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5부(재판장 조용구 부장판사)는 최근 동성하이켐 여수공장 정밀화학생산팀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장모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일시금 부지급처분 취소소송 항소심(2013누9085)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화학물질 등 노출과 관련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에 따른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동법이 정하고 있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화학물질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돼 발생한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경우라도 업무 수행 중 노출된 벤젠으로 인해 백혈병, 골수형성 이상 증후군 등 질환이 발생했거나 적어도 발생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이 됐다고 추단할 수 있으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일 노출 허용치 이하인 미량의 벤젠이라 하더라도 근로자 개인의 감수성에 따라서는 그 독성효과가 충분히 나타날 수 있으며 장기간 노출돼 누적된 경우에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발생이 증가한다"며 "장씨가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벤젠에 노출됐다는 원인 이외의 다른 원인에 의해 백혈병이 발생했다고 볼 만한 자료는 특별히 발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씨는 지난 1996년부터 동성하이켐 여수공장에서 현장직 근로자로 일하던 중 2009년 백혈병 진단 받았고 이듬해 사망했다. 장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를 신청했으나 "장씨가 근무 중 벤젠에 노출된 수준이 발암성을 높일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