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관리법 위반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법무부로부터 입국금지결정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재외동포에 대해 기한 없이 사증발급을 거부할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최기원 판사는 A 씨가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 총영사를 상대로 낸 여권·사증발급거부처분 취소소송(2021구단75279)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한국에서 출생한 A 씨는 2009년 9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재외동포로, 2014년 4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으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돼 2014년 10월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의 출국명령에 따라 A 씨는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후 법무부장관은 2015년 6월 30일부터 영구적으로 A 씨의 입국을 금지하는 결정을 했다.
A 씨는 2021년 8월 주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 체류자격의 사증발급을 신청했으나 영사관은 A 씨가 출입국관리법 제11조에 따른 입국 금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거부처분을 했고, 이에 불복한 A 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영사관은 6년 전 입국금지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주어진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 거부처분을 했다"며 "과오를 깊이 반성하고 있는 사정 등에 비춰보면 영사관의 처분은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최 판사는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최 판사는 "영사관은 사증발급 거부 처분 당시 입국금지결정에도 불구하고 A 씨에게 사증을 발급할 특별한 인도적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심사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아무런 증거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해당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A 씨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내용 정도를 비교형량하는 등 관계 법령상 부여된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고 입국금지결정만을 사유로 한 처분은 재량권 불행사로서 그 자체로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해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에서 정한 입국금지사유는 매우 다양하고, 언제 해소될지를 예측하기 곤란한 경우도 있다"며 "A 씨에 대한 입국금지결정 이후 6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이뤄진 영사관의 처분은 비례의 원칙에 반하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외동포법에서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비춰 보더라도 재외동포에 대해 기한 없는 입국금지조치를 하는 것은 법령에 근거가 없는 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