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에게 청와대 기밀 문건 등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정호성(49) 전 대통령 부속비서관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확정 판결이 나온 것은 김영재 원장의 부인 박채윤씨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범으로 연루된 사건으로는 첫 대법원 확정 판결이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6일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18도2624).
재판부는 "정씨는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던 박 전 대통령을 위해 중국에 파견할 특사단 추천 의원을 정리한 문건은 직무상 비밀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이는 항소심에서 주장하지 않은 사유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라며 "직권으로 정씨 주장을 살펴보더라도 위 문건은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직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국무회의 말씀 자료', '드레스덴 연설문' 등 비밀 문건 47건을 최씨에게 누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불출석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에서는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47건의 문건 중 최씨 소유 미승빌딩에서 압수한 33건의 문건을 증거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검찰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한 증거물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외장 하드 속에 있던 것들로, 영장에 기재된 범죄와 관련 없는 문건도 압수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됐다.
1,2심 재판부는 영장 범위에서 벗어났다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판단했다. 이에 33건을 제외한 14건의 문건만 증거로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1,2심은 "정 전 비서관이 박 전 대통령의 명시적·묵시적 지시를 인정한 바 있고 박 전 대통령 역시 최씨에게 문건이 전달되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정 전 비서관과 대통령 사이에 암묵적인 의사 연락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어 공모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며 정 전 비서관과 박 전 대통령의 공모공동정범 관계를 인정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판단했다. 앞서 청와대 문건유출 혐의와 관련해 정 전 비서관과 공범으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도 1심에서 14건의 문건에 대해서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