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들이 버스카드로 결제한 요금을 입력하기 위해 버스 탑승구에 설치돼 있는 ‘버스카드팩’은 유가증권이 아니라 운송수입금을 정산할 때 사용되는 증빙자료에 불과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회수권이나 토큰을 담는 요금통은 회수권과 토큰 그 자체가 유가증권이므로 이들이 들어있는 요금통을 소유하면 재산가치를 누리게 되지만 버스카드로 결제한 내역을 담고 있는 카드팩은 아무런 재산가치가 없는 ‘장부’나 ‘거래내역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서울고법 민사19부(재판장 김용균·金龍均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강모씨가 “버스카드팩의 교환대금 4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버스표등교환권및수령권존재확인소송 항소심(2002나12217)에서 원고패소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버스카드는 일종의 선급카드로서 피고 조합의 조합원인 각 버스운송회사에 대한 운송청구권이 화체된 유가증권이라고 못 볼 바 아니나, 버스카드팩은 버스카드와는 달리 일반대중에게 판매해 유통을 예정하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단지 피고 조합과 조합원 사이에서 조합원인 버스운송회사가 승객에게 제공한 운송용역에 대해 차후 운송수입금을 정산할 목적으로 운송용역 제공결과를 전자적으로 기록한 매체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버스카드팩은 피고 조합과 조합원 사이에서 각 조합원이 버스카드를 통해 승객들에게 제공한 운송용역의 수량을 입증해 피고 조합에 대해 정산대금을 청구하기 위한 증빙자료일 뿐 이를 가리켜 피고 조합이 미리 판매해 보관 중인 버스카드의 판매대금에 대한 정산금 채권이 화체된 유가증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Y운수회사에서 근무하던 강씨는 회사가 경영난을 겪자 근로자들을 대표해 체불된 임금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회사로부터 버스카드팩을 넘겨받고 버스카드판매 및 요금정산업무를 담당하는 피고 조합을 상대로 이 사건 소송을 내 1심에서도 패소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