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물건을 태우려다 번진 불이 장판만 태우고 건물까지 옮겨붙지 않았다면 실화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박모(40)씨는 지난해 4월 오후 11시께 자신의 월세집 안방에서 번개탄을 이용해 헤어진 여자친구의 옷 등 물건을 태웠다. 그런데 발판 위에 올려놓은 번개탄에서 불이 번져 안방 장판에까지 번졌고 박씨는 주택을 소훼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박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방화죄는 화력이 매개물을 떠나 스스로 연소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에 기수가 되고, 건조물 방화의 경우 목적물 자체에 불이 붙어 독립하여 연소 작용을 계속할 수 있는 상태에 있을 것을 요하므로, 건조물을 훼손하지 않고 분리할 수 있는 객체에 불이 붙은 정도에 그친 경우에는 아직 독립연소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인정할 수 없으며, 이러한 법리는 실화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며 "번개탄에 붙은 불이 방바닥에 깔려있던 장판에 붙고 그 불로 인해 천장, 벽면 등에 그을음이 생긴 사실은 인정되나, 이를 넘어서 문틀이나 벽, 기둥, 천정 등 주택을 훼손하지 않고 분리할 수 없는 객체, 즉 목적물 자체에 불이 붙어 독립 연소의 단계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또 실화죄는 미수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면서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건조물 훼손 안돼"
무죄원심 확정
대법원 형사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실화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18도7689).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실화죄의 '소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