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이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가족에게 허위의 자백을 하게한 경우 형법상 범인도피죄의 교사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거짓 자백을 한 가족은 형법 제151조2항에 의해 처벌을 할 수 없는 경우에도 범인 본인을 처벌을 할 수 있다고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최근 무면허로 운전하다 사고를 일으켜 경찰조사를 받게 되자 동생이 운전을 한 것처럼 사고를 조작했다가 범인도피교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모(55)씨에 대한 상고심(☞2005도3707)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범인이 자신을 위해 타인으로 하여금 허위의 자백을 하게 해 범인도피를 범하게 하는 행위는 방어권의 남용으로 범인도피교사죄에 해당한다"며 "이 경우 그 타인이 형법 제151조2항에 의해 처벌을 받지 아니하는 친족, 호주 또는 동거 가족에 해당한다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범인도피를 교사한 피고인은 범인 본인이어서 구성요건 해당성이 없고, 피교사자 역시 범인의 친족이어서 불가벌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이 타인의 행위를 이용해 자신의 범죄를 실현하고 새로운 범인을 창출했다는 교사범의 전형적인 불법이 실현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단에는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2004년 6월 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를 취소당한 상태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 트럭을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켜 무면허운전이 탄로나게 되자 친동생에게 대신 경찰조사를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김씨의 동생은 경찰에 출석해 "내가 직접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조사 과정에서 김씨가 운전한 사실이 탄로나 무면허운전과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1·2심에서 무면허운전 혐의에 대해 징역 4월을, 범인도피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