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날짜는 공소사실 특정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므로 다른 범죄와 구별만 된다면 특정날짜로 꼭 집어 적시할 필요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이강원 부장판사)는 최근 강간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 대한 항소심(☞2009노2853·3244 병합)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공소장에 각 강간사건의 범죄일시를 10일 내지 14일 중 어느 날로 특정하고 있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행사를 지나치게 어렵게 하는 것으로 공소사실이 특정됐었다고 볼 수 없는 만큼 공소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본래 범죄의 일시는 죄가 되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고 단지 공소사실을 특정하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것인 만큼 범죄일시가 범죄의 구성요건으로 돼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범죄일시의 여하에 따라 형벌권에 변동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공소사실의 불특정을 이유로 공소기각의 판결을 해도 검사는 다시 공소사실을 특정해 공소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절차적 부담만 지게 된다"며 "또 피해자가 고소시점을 기준으로 약 6개월 내지 11개월 전의 강간사건의 일시를 정확히 기억해 진술하도록 기대하기는 극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목격자의 진술 내지 증거물의 부존재,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피고인에 대한 강간행위들의 공소사실은 이중기소나 시효에 저촉되지 않는 정도의 기재로서 다른 범죄사실과 구별이 가능하기만 하면 특정됐다고 볼 수 있다"며 "피고인의 현장부재증명에 다소 애로가 있다는 사유만으로 공소를 기각해야 할 정도로 공소사실이 불특정됐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A대학 체육학과 교수로 피해자 김모씨의 지도교수인 피고인은 자신의 제자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임모씨를 교수
연구실 등에서 강간하고 강제추행했다. 피고인은 임씨와 김씨에 대한 강간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형과 징역 10월형을 각각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