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장의 항소범위에 양형부당을 포함시켰으나, 정작 항소이유서에서는 양형부당을 주장하지 않았다면 항소심 재판부는 직권으로 1심과 다른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부실기업 인수와 금융기관 대출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 등으로 기소된 김재록(48)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대표에 대한 상고심(2007도8177) 선고공판에서 징역1년6월의 실형과 함께 추징금 26억7,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기록에 의하면, 검사는 1심판결에 대해 항소하면서 항소장의 ‘항소의 범위’란에 ‘전부(양형부당 및 무죄부분, 사실오인, 법리오해)’라고 기재했으나 적법한 기간 내에 제출된 항소이유서에는 1심판결 중 무죄부분에 대한 항소이유만 기재했다”며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15호와 형사소송규칙 제155조의 규정 등에 비춰볼 때 다른 구체적인 이유의 기재없이 단순히 항소장의 ‘항소의 범위’란에 ‘양형부당’이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다고 해 이를 적법한 항소이유의 기재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일부 유죄, 일부 무죄가 선고된 1심판결 전부에 대해 검사가 항소했더라도 검사가 유죄부분에 대해 아무런 항소이유도 주장하지 않았다면 유죄부분에 대하여는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설령 원심판단과 같이 1심의 양형에 잘못이 있더라도 그런 사유는 형소법 제361조의4 제1항 단서의 직권조사사유나 제364조2항 직권심판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런데도 원심이 검사가 제출한 항소장의 ‘양형부당’이란 기재가 적법한 항소이유의 기재에 해당한다고 오인해 1심판결의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1심보다 중한 형을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지난 2005년 5월 민자역사 쇼핑몰 건축을 추진하던 모기업 임원으로부터 은행대출을 알선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500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3차례에 걸쳐 11억원을 받고, 또 기업인 김모씨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신동아화재의 분리매각을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1억6,500여만원을 받는 등 모두 26억7,300만원을 알선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1심에서 징역2년6월에 집행유예3년 및 추징금 26억7,30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는 징역1년6월과 추징금 26억7,300만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었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김씨의 보석을 허가했으며, 김씨는 앞으로 진행될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에서 별다른 사정이 없을 경우 1심 형량인 징역2년에 집행유예3년 및 추징금 26억7,300만원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