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해된 폭력조직원들 중 일부가 새롭게 단체를 결성했더라도 단체 조직원들의 범죄의사가 증명되지 않았다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상 단체구성·활동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지난달 14일 범죄단체를 조직한 혐의(폭처법상 단체구성·활동) 등으로 기소된 '부여식구파' 조직원 주모씨 등 24명에 대한 상고심(2013도1267)에서 범죄단체 조직에 관한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죄단체의 구성이란 단체를 새롭게 조직, 창설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기존의 범죄단체를 이용해 새로 범죄단체를 구성하는 경우는 그 조직이 완전히 변경돼 기존 범죄단체와 동일성이 없는 것으로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를 말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특정 다수인에 의해 이뤄진 계속적이고 통솔체계를 조직화된 결합체라고 하더라도 그 구성원이 범죄에 대한 공동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그 단체를 폭처법에서 처벌하는 범죄단체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주씨 등이 '부여식구파'를 결정했지만 조직원의 수가 많지 않고 범죄단체인 폭력조직 행동강령이나 행동수칙으로 보일만한 내부규율을 정하지 않았고 조직원들 일부가 탈퇴하면서도 별다른 보복을 당하지 않은 점, 조직원들에게 자금이나 일자리를 지원하거나 조직의 위세를 과시하는 등의 조직적인 범죄를 저지른 일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비록 이미 와해된 폭력조직의 조직원으로 활동했던 일부 피고인들이 지역 불량배들을 새로 규합했더라도 이것은 범죄단체에 이르지 못한 지역사회 패거리나 모임에 불과하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충남 부여군 일대의 양대 폭력조직이었던 '봉선화파'와 '신동하파'가 와해된 이후 일부 조직원들은 지역 불량배를 규합해 2005년에 '부여식구파'를 결성했다. 검찰은 이들이 범죄단체를 결성했다고 보고 기소했지만, 1·2심은 조직원 개개인이 저지른 폭처법상 흉기등 상해 혐의 등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벌금 400만원에서 징역 4년형까지를 선고하고 범죄단체 결성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