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임용 시험 면접에서 의사소통을 도와줄 조력인을 지원해달라는 중증장애인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금지하고 있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장애인이 이처럼 편의제공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면접시험을 보고 떨어졌다면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야 하는 것은 물론 손해배상까지 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김정숙 부장판사)는 윤모(소송대리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씨가 국가와 국세청장을 상대로 낸 불합격처분취소소송(2016구합75586)에서 "국세청은 윤씨에 대한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고, 국가는 윤씨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뇌병변 1급 장애를 갖고 있는 윤씨는 언어장애를 이유로 구술면접에서 의사소통 조력인 지원을 신청했지만 국세청은 지원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정한 정당한 편의제공을 거부한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국세청은 윤씨가 장애인 구분모집에 응시했기 때문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윤씨가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한 구분모집 전형에 지원했더라도 윤씨가 가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고려한 정당한 편의가 제공되지 않은 이상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개경쟁시험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면접시험 절차에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경쟁과 평가의 전제가 되는 절차적 요건이 엄격하게 준수돼야 한다"며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제공을 거부하는 행위를 했다면 절차상 중대한 위법사유에 해당하고, 윤씨에 대한 불합격처분도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국세청이 윤씨의 면접시간을 연장하고 5분 발표 준비를 위한 보조도구나 보조인을 지원하지 않은 것은 위법행위로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규모 신규 채용절차에서 시험실시기관의 장이 응시자의 신청이 없더라도 그가 필요로 하는 적합한 편의지원 내용을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준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국세청이 장애인 편의지원 내용과 신청절차를 안내했음에도 윤씨가 이를 신청하지 않은 이상 국세청에 정당한 사유가 있으므로, 이를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간접 차별이나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인사혁신처는 2015년 12월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계획을 공고했다. 뇌병변 1급 장애를 가진 윤씨는 세무직 장애인 모집분야에 지원해 우수한 성적으로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윤씨는 이후 면접시험 단계에서 국세청에 의사소통 조력인 지원을 요청했으나 국세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별도의 고사실에 윤씨를 배치한 뒤 노트북 1대와 자기기술서 대필 지원인만 제공했다. 또 윤씨에 대한 면접시간을 연장하지 않고 5분 발표에 전담도우미를 지원하지 않았다. 결국 면접시험에서 고배를 마신 윤씨는 "의사소통 조력인을 요청했는데도 국세청이 거절했다"며 "불합격처분을 취소하고 500만원을 손해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