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사에게 시청자에 대한 사과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 방송법 규정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문화방송(MBC)이 방송법 제100조1항 제1호에 대해 낸 헌법소원사건(☞2009헌가27)에서 재판관 7(위헌):1(합헌)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방송법에서 정한 '시청자에 대한 사과'는 사과여부와 그 내용이 방통위에 의해 결정됨에도 불구하고 마치 방송사업자 스스로의 결정에 의한 사과인 것처럼 그 이름으로 대외적으로 표명되고, 이는 시청자 등 국민으로 하여금 방송사업자가 객관성이나 공정성을 저버린 방송을 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어 방송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방송사업자의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를 저하시키고 법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저해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청자에 대한 사과의 제재조치가 '주의 또는 경고' 등 다른 제재조치에 비해 시청자의 권익보호나 민주적 여론 형성 등에 더 기여하거나 위반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종대 재판관은 "법인은 법률에 의해 창설되는 법인격의 주체여서 인간으로서의 존업과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없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 유래하는 인격권은 자연적 생명체로서 개인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기본권이므로 법인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며 "방송법 규정이 법인의 인격권을 제한하지 않아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MBC의 보도 프로그램 '뉴스후'는 2008년 12월 방송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담은 내용을 방송했다. 다음해 4월 방통위는 "뉴스후가 방송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과도한 비중으로 방송해 방송법 개정안의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예측을 단정적으로 묘사했다"며 MBC에 시청자에 대한 사과명령을 내렸다. MBC는 서울행정법원에 사과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으며, 법원은 2009년 11월 사건을 심리하던 중 직권으로 방송법 제100조1항 1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한편 헌재는 지난 1991년 동아일보사와 소속 기자 등이 '사죄광고'의 근거 규정이던 민법 제746조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89헌마160)에서 "민법상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에 사죄광고를 포함시키는 것은 인격권 침해"라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