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비리를 고발한 근로자가 해고 전까지 상급자에게 자신을 승진시켜 달라며 압력을 가하는 등 복무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면 회사가 이 근로자를 해고해도 징계권남용이 아니라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주)LG전자의 사내비리를 고발한 뒤 해고된 정모(48)씨가 사측을 상대로 낸 해고등무효확인소송 상고심(☞2010다21962)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최근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의 발단은 정씨가 승진에서 탈락하자 사회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항의를 넘어 상급자들에게 자신을 진급시켜주지 않을 경우 비리제보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 등에 관해 대표이사에게 투서하겠다고 압력을 행사하는 등 회사내 복무질서를 문란하게 한 것으로부터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정씨는 대기발령 후 해고를 당하기까지 십여개월 동안 많게는 하루 녹음테이프 3개 이상의 분량으로 동료직원이나 상사와의 대화내용을 몰래 녹음해왔는데, 이런 행위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비록 정씨가 대기발령 후 회사 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고 그 증거를 확보하려고 했다는 동기를 참작하더라도 이는 회사의 부당대우에 대한 항의를 넘어 스스로 회사 및 동료직원들과의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재판부는 "정씨가 비위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비위행위의 내용, 비위행위를 저지른 기간과 횟수, 그로 인해 회사의 복무질서가 문란해진 정도 등 여러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정씨의 책임있는 사유로 정씨와 사측은 사회통념상 더 이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며 "원심이 정씨에 대한 해고가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해 무효라고 본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정씨는 1996년 사내비리의혹을 회사 감사실에 제보한 뒤 과장진급에서 누락되자 상급자들과 심한 마찰 끝에 사내에서 따돌림을 당하다가 2000년 결국 해고됐다. 정씨는 회사의 해고조치에 반발해 소송을 내고 10년 동안 복직투쟁을 벌여왔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정씨는 항소했고 2심은 "정씨에 대한 징계해고는 무효"라며 "LG전자는 해고기간 동안 받을 수 있었던 임금 6,500여만원에 더해 복직시까지 매월 229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