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이 확인되지 않았을 경우, 살인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전고등법원 형사2부(재판장 여상훈 부장판사)는 17일 동거녀의 언니를 납치,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한모(54)씨에 대한 파기환송심(2008노146)에서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증거도 없어 살인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행적에 비춰 피해자가 숨진 상태라는 것은 대체로 수긍할 수 있으나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고인 또는 공범의 행위로 피해자가 숨졌다고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이 됐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사유을 밝혔다.
재판부는 또 “검찰 측은 정황만으로 살인혐의로 기소했지만, 공범이나 제3자의 범행에 의해 피해자가 숨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씨는 지난 2005년 9월 동거녀가 혼인신고를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승합차에 감금, 폭행하고 같은해 12월 동거녀의 언니를 납치한 뒤 살해,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살인혐의가 제외돼 징역 9년을, 2심에서는 살인혐의가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대법원은 “정황상 살인의 개연성이 크더라도 시신이 확인되지 않았다면 살인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며 원심을 깨고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