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의 행위가 사기죄와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모두 구비한 때에는 법조경합이 아니라 상상적 경합관계로 봐야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전원합의체(주심 윤재식·尹載植 대법관)는 18일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오모씨(49)에 대한 상고심(☞2002도669) 선고공판에서 대법관전원일치의견으로 이같이 판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기죄와 업무상배임죄는 그 구성요건이나 보호법익을 달리하는 별개의 범죄이고 형법상으로도 각각 별개의 장에 규정돼 있으므로 1개의 행위에 관해 사기죄와 업무상배임죄의 각 구성요건이 모두 구비된 때에는 양 죄를 법조경합 관계로 볼 것이 아니라 상상적 경합관계로 봄이 상당하며, 나아가 업무상배임죄가 아닌 단순 배임죄라고 해 양 죄의 관계를 달리 볼 이유도 없다"며 "따라서 사기죄와 업무상배임죄를 법조경합 관계로 봐 사기죄에 대하여만 유죄를 선고하고 업무상배임죄에 대하여는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와 달리 사기죄와 배임죄의 관계에서 사기죄만이 성립하고 별도로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표명한 대법원 1983. 7. 12. 선고 82도1910 판결은 이와 저촉되는 한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오씨는 신용협동조합 전무로 근무하던 지난 96년 "조합과 거래하지 말고 자신에게 돈을 맡기면 고율의 이자를 주겠다"고 속여 피해자 이모씨로부터 8억7천만원을 건네 받아 가로채는 등 2000년 6월까지 17억여원을 편취하고 조합에 수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