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음에도 원고명의를 달리해 같은 내용의 청구를 반복하는 것은 소권남용에 해당돼 허용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18부(재판장 金容鎬 부장판사)는 13일 정모씨가 이모·강모씨와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2003가합2111)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리며 이같이 판시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재판청구권행사도 상대방 보호 및 사법기능 확보를 위해 신의칙에 의해 규제된다"며 "법률상 받아들일 수 없음이 명백한 이유를 들어 같은 내용의 청구를 거듭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권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들이 이 사건 부동산의 근저당권자인 제일은행을 상대로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패소한 후 명의신탁자가 피고들을 대위해 똑같은 내용의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으며 그 후 판결이 확정된 이상 기판력에 의해 피고들의 채권자라고 주장하는 원고 역시 위 근저당권을 양수한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피고들을 대위해 그 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와 피고들이 모두 같은 회사 동료였던 점, 원고는 매매계약 체결이후 5년 이상이 지난 후에야 피고들에게 채무이행을 촉구했던 점 등 제반사정을 살펴보면 원고의 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한 청구는 경매절차를 지연시키거나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한 소권의 남용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96년12월 이씨 등과 부동산매매계약을 맺고 계약금과 중도금 등 1억5천만원을 지급한 후 이들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는 한편 이 부동산에 설정된 제일은행 명의의 근저당권 설정등기가 은행 직원들과 피고들이 공모해 이뤄진 원인무효의 등기라며 근저당권을 양수한 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