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객이 음주상태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다 추락사한 경우 쇼핑객 과실보다는 안전시설을 갖추지 못한 쇼핑몰의 책임이 더 크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이인복 부장판사)는 9일 에스컬레이터 사고로 숨진 홍모씨의 유족 3명이 수원애경역사(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2008나12585)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쇼핑몰의 책임을 쇼핑객 책임보다 낮은 40%로 제한한 1심을 변경, 책임비율을 60%로 높이고 총 1억3,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작물의 안전성 구비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설치, 구조, 장소적 환경과 이용상황 등을 종합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 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건물의 소유자로서 에스컬레이터의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피고로서는 에스컬레이터의 핸드레일 상단부와 건축물 사이에 사람이 추락할 수 있을 정도의 간격이 있다면 추락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등 안전배려의무를 이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안전시설도 설치하지 않았으므로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홍씨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다가 사고를 당하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그런 과실도 사고발생의 한 원인”이라면서도 “사건이 난 장소는 수원전철역에 연결돼 다양한 유형에 해당하는 다수의 이용이 예상되는 쇼핑몰일 뿐 아니라 에스컬레이터 승강장 근처에 주류판매가 허용되는 음식점이 영업을 한 점, 에스컬레이터 추락방지시설은 이용객의 안전을 위한 필수시설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의 책임비율은 60%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원고들은 홍씨가 2006년 8월경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오다 핸드레일 바깥으로 떨어져 사망하자 건물주를 상대로 소송을 내 1심에서 관리회사의 책임을 40% 인정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