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에 의해 취임승인이 취소된 학교법인 이사는 원래 정해진 자신의 임기가 끝나고 심지어 새로 선임된 임시이사가 임기만료로 교체된 경우에도 교육부를 상대로 승인취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이사의 임기가 만료되고 임원결격기간까지 경과됐다면 승인취소처분 및 임시이사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는 법률상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기존 판례( ☞94누8914, 2003두5877 등)를 변경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소의 이익'의 범위를 확대해 국민의 권리를 구제하고 분쟁을 실질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대법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동안 소송을 제기하기 이전이나 소송도중 임기 및 임원결격기간이 모두 종료됐다는 이유로 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없었던 학교법인 임원들도 앞으로는 교육부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낼 수 있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지난 19일 수도권지역 K대학의 학교법인 임원으로 근무했던 김모(72)씨 등 5명이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임원취임 승인취소처분 취소소송 상고심(☞2006두19297)에서 대법관전원일치 의견으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취임승인이 취소된 학교법인의 정식 이사들의 원래 임기가 만료되고 임원결격기간 마저 경과했더라도 임원취임승인취소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명되고 나아가 소송절차를 통해 임시이사선임처분의 효력을 다투어 그 임시이사들의 직무권한이 상실되면, 학교법인으로서는 후임이사 선임 때까지 이사가 존재하지 않게 돼 정상적인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따라서 종전 이사들은 후임이사 선임 때까지 민법 제691조의 유추적용에 의해 직무수행에 관한 긴급처리권을 가지게 되고, 이에 터 잡아 후임 정식이사들을 선임함으로써 위법하게 상실된 사학의 자율성을 회복하고 시정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만약 임시이사 선임처분에 대해 취소를 구하는 소송이 적법하게 제기된 후 그 소송의 계속 중 임기만료 등의 사유로 새로운 임시이사들로 교체된 경우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효과가 소멸했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보게 되면, 원래의 정식이사들로서는 계속 중인 소를 취하하고 후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을 별개의 소로 다툴 수밖에 없게 되고 또 그 별소 진행 도중 관할청이 다시 임시이사를 교체하면 그 소송 역시 소의 이익을 잃게 돼 또 새로운 별소를 제기해야 하는 등 무익한 처분과 소송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경우 법원이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을 긍정해 위법성 내지 하자의 존재를 판결로 명확히 해명하고 확인해 준다면 구체적인 침해의 반복 위험을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선임처분을 전제로 후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효력을 쉽게 배제할 수 있어 국민의 권리구제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그러므로 취임승인이 취소된 학교법인 임원들로서는 그 취소처분 및 임시이사건임처분에 대한 취소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고, 나아가 선행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 도중에 임시이사가 교체됐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김씨 등이 임원으로 근무하던 K대학은 2004년 4월 교수임용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손모 총장이 구속된 사건을 계기로 교육부로부터 종합감사를 받았다. 교육부는 감사결과를 기초로 대학에 사립학교법 위반과 학원정관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시정조치를 했으나, 대학이 시정요구 사항 중 일부만 이행하자 김씨 등 이사와 감사들에 대한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하고 임시이사를 선임하자 소송을 내 1,2심에서 모두 패소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