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세탁매장 관리계약을 맺은 중간관리인이 계약기간이 지나서도 계속 매장을 관리하던 중 회사가 공장자산을 양도했다면 양수한 회사의 주소와 이사가 기존회사와 같더라도 보증금 등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민사4부(재판장 김태병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모백화점 세탁매장 관리인 송모(38)씨가 "처음 계약한 회사대표가 채무면탈 목적으로 새로운 회사를 세워 회사제도를 남용했으니, 보증금 등을 돌려달라"며 신설회사를 상대로 낸 보증채무금 청구소송(2008나20093)에서 1심을 깨고, 기각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인격부인 법리란, 회사가 외형상 법인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실제로는 법인격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쓰여지는 경우에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해서도 회사행위에 관한 책임을 묻는 법리"라며 "이 법리가 적용되려면 기존회사에게 채무면탈할 목적이 있어야 하고, 신설회사와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해야 하며, 채무면탈의도는 폐업당시 경영상태·자산상황, 설립시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송씨가 주장하는 기존·신설회사의 주소가 동일하고 상호도 유사하다는 점은 회사자산을 양도받아 동종 영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부수적인 결과일 뿐 회사형태와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회사 대표였던 A씨가 신설회사 이사로 되어있어 같은 회사라는 주장은 기존회사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두 회사간 자산양도계약의 내용으로 삼은 것일뿐 그것만으로는 기존회사 자산이 신설회사로 유용됐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송씨는 2006년 백화점 내 세탁매장을 관리하기로 기존회사와 매장중간관리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 회사 대표이사 A씨는 같은 해 공장자산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하며,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조건으로 신설되는 회사의 이사로 취임했다. 송씨는 2007년 계약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매장을 관리하다 보증금 등을 받지 못하자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