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버버리사가 등록한 격자무늬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었다면 자사 상표를 표시했더라도 상표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버버리사의 격자무늬를 둘러싸고 소송을 벌이고 있는 버버리사-LG패션의 상표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14일 영국 '버버리(BURBERRY)'사의 격자무늬 디자인을 무단도용한 의류를 수입·판매한 혐의(상표법 위반)로 기소된 무역회사 대표 김모(52)씨에 대한 상고심(☞ 2011도13441)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영국 버버리사의 등록상표는 격자무늬를 형성하는 선들의 색상과 개수, 배열순서 등에 의해 수요자의 감각에 강하게 호소하는 독특한 디자인적 특징을 가지고 있고 주로 의류 등 상품의 표면 또는 이면에 표시돼 상품을 장식함과 동시에 버버리사의 출처도 함께 표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가 중국에서 수입한 셔츠의 무늬는 버버리사의 것보다 세로선의 폭이 가로선의 폭보다 좁고 바탕색도 약간 옅지만 격자무늬를 형성하는 선들의 색상과 개수, 배열선수거 동일해 버버리사의 등록상표와 매우 유사하다"며 "비록 셔츠에 'SYMBIOSE'라는 표장이 별도로 표시돼 있기는 하지만 하나의 상품에 둘 이상의 상표가 표시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셔츠에 사용된 격자무늬가 디자인으로만 사용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2010년 3월 중국 '심비오즈(symbiose)'사가 제조한 버버리 상표와 거의 동일한 문양의 셔츠 635벌을 수입·판매해 기소됐다. 1·2심은 "셔츠에 사용된 격자무늬가 버버리사의 등록상표가 유사하지만 셔츠의 목부분과 가슴주머니에 'SYMBIOSE'라는 상표를 표시해 출처를 밝히고 있어 일반 소비자들이 제품을 혼동할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버버리사는 최근 격자무늬를 무단 도용당했다고 주장하며 LG패션을 상대로 "'버버리 체크' 무늬를 사용한 셔츠의 제조 및 판매를 중단하고, 손해배상으로 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2013가합8774)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대법원은 '디자인이 될 수 있는 형상이나 모양도 출처표시를 하는 기능을 하면 상표로 볼 수 있다'는 입장(98도2743)을 보이고 있어 이 소송은 법원이 버버리사와 LG패션의 격자무늬의 유사성을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