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현병 환자의 강력범죄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서울고법 형사재판부가 관련 사건 판결에서 이들을 위한 적합한 치료감호시설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촉구해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는 23일 상해와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1심과 같이 벌금 100만원 및 치료감호를 선고했다(2019노10).
A씨는 자폐성 장애와 조현병 증세 등이 동반돼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유 없이 4세 여자아이에게 상해를 가하고, 이에 항의하는 아이의 아버지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A씨에게 벌금 100만원 및 치료감호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했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여 그대로 선고했다. A씨 측은 양형과 치료감호 처분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와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해 형이 면제되거나 감경된 심싱장애인으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자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될 경우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성이 있는 경우 등을 치료감호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따라 A씨가 치료감호 대상자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현재 국내 유일의 치료감호소인 공주 치료감호소는 약물복용 외에 자폐장애를 위한 언어·심리 치료 과정이 운영되지 않고 있는데다 특수재활치료 과정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공주 치료감호소에 적절한 치료 과정이 없는데도 A씨에게 치료감호 처분을 내려야 하는지 고민하다 결국 1심에서 선고한 치료감호 명령을 취소하진 않았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치료감호시설의 확충을 촉구했다.
재판부는 "근래 조현병 환자의 범행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고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다"며 "그러나 조현병 환자나 자폐성 장애 환자들에게 형벌을 부과해 거둘 수 있는 효과는 미미하다"고 밝혔다.
이어 "자폐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시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치료감호의 필요성 자체가 없다고 할 수 없다"며 "법원은 법률에 따라 판결할 수밖에 없고, 치료감호시설 설립 및 운영은 국회의 입법, 정부의 집행에 따라 이뤄지는 과정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치료감호법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는 치료감호시설을 설립·운영함으로써 판결의 적정한 집행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