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약식재판으로 과태료를 부과한 경우 당사자가 이의신청을 했다면 법원은 반드시 당사자의 진술을 듣고 다시 재판해야 한다는 대법원결정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정모(62)씨가 "재판부가 진술을 듣지 않고 한 과태료재판은 위법하다"며 낸 재항고를 받아들여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09마2050).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이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진실에 어긋나게 문서의 진정을 다투었음을 이유로 민사소송법에서 정한 과태료재판을 함에 있어서도 법원은 과태료재판을 하기 전에 당사자의 진술을 들어야 한다"며 "상당하다고 인정될 때는 당사자의 진술을 듣지 않고 과태료재판(약식재판)을 할 수 있지만 이러한 약식재판은 당사자의 이의신청에 의해 효력을 잃고 법원은 당사자의 진술을 듣고 다시 재판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심은 재항고인이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진실에 어긋나게 문서의 진정을 다투었음을 이유로 과태료 50만원에 처하는 과태료재판을 했다"며 "그런데 과태료재판 전에 원심은 재항고인의 진술을 들은 바가 없고 재항고인은 과태료재판을 고지받은 날부터 1주일 내에 불복취지의 즉시항고장을 제출했음에도 원심은 당사자의 진술을 듣지 않고 기록을 대법원으로 송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재항고인의 진술을 듣지 않고 과태료재판을 한 원심결정은 위법하고, 원심결정을 약식재판으로 보더라도 재항고인의 이의신청에 의해 효력을 상실했다"며 "어느모로 보나 원심결정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정씨는 지난 2007년 S카드의 채권을 양수한 S사로부터 290여만원을 갚으라는 내용의 통지서를 받았다. 서모씨가 값지 못한 카드값을 연대보증을 서줬던 정씨가 대신 갚아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씨는 연대보증을 서 준 적이 없다고 주장, 돈을 갚지 않았고 S사는 정씨를 상대로 양수금 청구소송을 내 승소했다. 정씨는 "S사가 제시한 연대보증서는 원본이 아닌 사본이고, 위조된 것"이라며 항소했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정씨 본인의 자필 및 사인이라는 감정결과를 받은 재판부는 정씨에 대해 50만원의 과태료처분을 하고 항소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