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승객이 술에 취한 상태로 승강장에서 철로에 추락해 사망했더라도,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지 않은 한국철도공사가 손해의 일부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5부(재판장 이성구 부장판사)는 24일 전철역 추락사고로 숨진 허모씨의 유족이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3억4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3가합535047)에서 "공사가 유족에게 76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허씨가 사망한 양수역은 당시 사고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라 할 수 있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지 않은 채 안전보호대만 설치돼 있었는데도 안전요원을 추가로 배치하는 등 사고발생방지조치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사고 발생 당시 단 2명의 근무자만 역 내에 있었고 정해진 순찰근무 자체가 없었던 점, 당시 CCTV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 점 등 한국철도공사가 사고발생 방지의무를 게을리 하고 실질적인 감시기능이 미흡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허씨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사고 위험성이 있는 승강장을 이용한 잘못이 있고, 허씨의 음주가 이 사건 손해발생의 더 큰 원인이 됐으니 한국철도공사의 책임을 손해액의 2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허씨는 2012년 12월 경기도 양평군의 중앙선 양수역 승강장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지인들과 전화 통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다 발을 헛디뎌 승강장 밑 철로로 떨어졌다. 허씨는 승강장 위로 올라오려다, 당시 양수역을 통과하던 무궁화 열차에 치여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