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들의 사업장 변경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외국인고용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사유를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 등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사회통념상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제한한 외국인고용법 조항과 그 사유를 구체화한 고용노동부 고시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재의 첫 판단이다.
헌재는 23일 외국인 근로자 A씨 등이 이같은 내용이 담긴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1항 등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20헌마395)을 재판관 7(합헌)대 2(위헌)의 의견으로 기각했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A씨 등은 사용자의 일방적 근무시간 변경,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기숙사비 추가 공제, 협박성 발언, 보호장구 미지급 등을 이유로 사업장 변경을 하려고 했지만, 외국인고용법이 이같은 사유는 사업장 변경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 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외국인 고용 허가를 받은 사용자가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사업장 변경 사유를 제한하는 것은 명백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구체적 사유를 정한 고용노동부 고시에 관해서도 헌재는 종래의 불명확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고 사유가 계속 추가되고 있으며 사업장 변경 사유에 미치지 못한 경우에도 권익보호협의회를 통한 사업장 변경이 가능한 이상 A씨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헌재는 "사업장 변경 사유 제한 조항은 원칙적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의사에 따른 사업장 변경을 금지하고 예외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함으로써 중소기업 등이 안정적으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내국인 근로자의 고용기회나 근로조건을 교란하는 것을 방지하며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효율적인 고용관리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외국인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하고 자유롭게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면 사용자로서는 인력의 안정적 확보와 원활한 사업장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인고용법이 채택한 고용허가제는 사용자에 대한 규율을 중심으로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입국하는 외국인 근로자 본인에 대한 검증이 노동허가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므로 외국인 근로자 본인에 대한 입국에서의 완화된 통제를 체류와 출국에서의 강화된 규제로 만회할 필요성을 가지며 외국인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할 때 자유로운 사업장 변경 신청권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거나 입법재량의 범위를 넘어 명백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A씨 등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석태·김기영 헌법재판관은 현행 법령이 A씨 등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기에 현저히 부족하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사업장 변경 사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감독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해 고용허가제의 안정적 운영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사유 제한 조항이 원칙적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의사에 따른 사업장 변경을 금지하고 예외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하는 것은 직장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