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이 기업의 회계 감사를 하면서 직원들의 횡령 등 부정행위를 적발할 의무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이현승 부장판사)는 22일 (주)국제신문이 "부실한 회계감사로 내부 직원의 횡령을 사전에 적발하지 못했다"며 외부회계감사인 삼일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05가합6082)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법인이 행하는 외부감사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제2조에 의한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감사로 원고의 재무제표가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원고의 재무상태와 경영성과 및 이익잉여금의 변동과 현금 흐름의 내용을 적정하게 표시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데 그 목적이 있고 회계처리상의 모든 부정이나 허위의 적발에 있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회사 내에서 횡령 등 부정행위가 있을 경우 그것을 밝혀내야 할 책임은 우선적으로 회사 내 이사회와 감독기관인 감사에게 있고, 회사 내 경영자는 재무서류의 작성에 있어서 그 진실성과 정확성에 관해 제1차적 책임을 지는데 비해 외감법에 의한 감사인은 회사가 제시한 재무서류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고 그 결과를 일반 공중 및 주주들에게 공개하도록 임무를 부여받은 자에 불과해 감사대상회사의 내부기관과는 그 역할과 지위가 다르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회사 금원을 횡령한 직원 김모씨가 경영기획차장·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피고 법인에게 위조한 수익증권잔고증명서 등 허위의 회계서류·장부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고, 김씨의 범행이 4년간 계속 가능했던 것은 원고의 허술한 통장 및 인감관리와 원고의 이사, 감사, 김씨의 상위감독자의 총체적인 임무해태 등 원고측 잘못에서 비롯된 것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국제신문은 경영기획 차장과 부장이던 김모씨가 2002년 5월부터 2004년 말까지 146억여원을 횡령 했는데도 삼일회계법인이 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를 게을리 해 횡령 범행을 사전에 예방하지 못했다며 손해배상을 냈다.